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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내가본 전철환총재] 신중하면서 낙관적인 시각 강점

한국경제현실 정확한 진단·처방지난 88년 내가 안식년을 얻어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 있을 때 일이다. 당시 전철환 교수는 금융통화위원으로 중앙은행 독립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러 프랑크푸르트에 왔었다. 고등학교 선배인 그와는 60년대 초반부터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낸 터라 나는 그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고 복사하는 일을 열심히 도왔다. 독일자료수집이 웬만큼 완료된 뒤 우리는 스위스 자료를 구하기 위해 벤츠 승용차를 하나 렌트해서 스위스까지 함께 여행길에 나섰다. 당시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 금융통화위원인 그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자기 차를 내준다고 했으나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자료수집을 위한 출장비를 이미 받아가지고 왔는데 왜 지점장의 차를 이용해 폐를 끼치느냐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출장비를 아껴 한은 프랑크푸르트 지점 직원들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하기까지 했다. 해외에 나오면 대접받는 걸 당연시하던 대부분의 다른 금통위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는 독일 아우토반을 달려 스위스로 향했다. 운전은 내가 했는데 독일 아우토반은 기본적으로 속도제한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차가 시속 220Km까지 되자 그는 얼굴이 거의 하얗게 질리면서 내게 달래듯 말했다. "동생, 180Km도 괜찮아. 좀 속도를 낮춰" 이런 태도에서 보이듯 그는 호방한 겉모습과는 달리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매사를 대하며 원칙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이런 자세 때문에 가장 힘든 시기에 한은 총재라는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지 않는 가 생각된다. 그는 또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경제학자지만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그는 항상 낙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한국경제의 강점을 살펴보고자 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그를 가장 보수적인 한은 총재자리에 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했는지 모른다. 물론 전총재는 한국경제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3저호황때 어떤 경제학자가 외채는 많이 쓸수록 좋은 것이니 지금 갚을 필요가 없다는 망국적 발언을 했을 때 우린 기가 막혀 함께 실소한 적이 있다. 전총재의 이런 정확한 경제현실인식이 우리나라가 IMF차입금을 조기상환하고 980억달러 외환보유고를 이루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박영호 한신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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