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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론조사와 국민선거인단

정당 선진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국민경선제의 공정성과 대표성에 대한 문제점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각 당의 국민경선제는 대체로 당원과 일반국민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직접 투표와 여론조사 지지율로 후보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여론조사와 일반국민선거인단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제기돼왔다. 여론조사의 경우 한나라당의 경선결과를 계기로 문제가 표면화됐다. 후보선출 당일 선거인단의 현장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짐으로써 당의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여론조사가 후보결정을 좌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이는 대통합신당과 민주당의 경선룰 결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여론조사 반영불가론이 그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는 여전히 국민경선제의 한 부분이 됐으나 처음 거론되던 수준보다는 그 비율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국민선거인단제도는 대통합신당의 경선과정에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른바 동원선거논란이 제기되면서 유력후보가 한때 경선을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가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국민선거인단 제도가 동원선거논란의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조직선거의 폐해를 막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국민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한 것이고 보면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이 같은 논란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국민경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 국민경선제가 도입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지난 2002년 대선을 계기로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국민경선제 도입 그 자체에 의미가 크게 주어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국민경선에서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론조사가 대선 막바지에 후보 단일화를 결정하는 잣대가 됐다. 투표일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여론조사 결과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여론조사가 후보결정을 좌우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었다. 그리고 2007년의 국민경선제는 2002년의 국민선거인단제에 더하여 여론조사까지 반영하는 패턴으로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도입됐다. 그리고 경선이 진행되면서 국민선거인단제, 여론조사 모두에 대해 뒤늦게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민통합신당에서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바라건대 이번 대선이 국민경선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봉책으로 경선만 넘기고 보자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선거인단제나 여론조사 반영에 대해 심도있고 지속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경선제의 기본 취지는 옳은 것이니만큼 그 취지가 더욱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가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같은 혼란의 바탕에는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여전한 불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여권의 경우 백년정당을 자처하던 당이 불과 몇 달 동안에 이러 저리 나눠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거쳤다. 국민들이 당명조차 헷갈리게 되고 이를 우려한 법원이 특정정당의 약칭사용을 금지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전개됐다. 이 처럼 때만 되면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는 유랑극단의 가설무대같은 정당 상황에서 충분하고도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준비된 국민경선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냉소만 보낼 것이 아니라 작지만 현실적인 대안부터 하나하나 마련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이 정당의 대선후보선출과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감시와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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