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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월 16일] 진짜 위기는 '위기 이후'에

[데스크칼럼/1월 16일] 진짜 위기는 '위기 이후'에 정상범 성장기업부장 arock@sed.co.kr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전자부품업체 사장을 만났더니 새해 들어 전화통을 붙잡고 사는 게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말부터 모기업의 주문이 뚝 끊기다 보니 언제쯤 주문이 재개될지 확인하고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 이리저리 수소문하느라 사무실도 제대로 비우지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일감이 없다 보니 태양광 발전이나 LED 같은 신사업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얘기도 들려오지만 워낙 회사 형편이 안 좋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당장이야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겠지만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나 신제품 연구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러다가는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생존에 매달려 투자 엄두 못내 새해 들어 국내 산업현장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게 한결같은 현장의 목소리다. 내수시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 수출마저 반토막나는 곳이 속출하고 있으며 바이어들의 오더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우울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요즘 수도권 공단지역을 둘러본 사람들은 곳곳에 내걸린 공장 매물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굳게 닫혀진 공장문을 보고 안타까워 한다. 그나마 간신히 돌아가는 공장도 사장이 개인 돈을 털어 버티거나 문을 닫으면 대출금조차 갚지 못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않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정부의 희망처럼 상반기든, 연말까지든 버텨낼 수 있겠지만 정작 위기가 마무리된 후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 붙여진 표어처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육성대책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10년 이후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재생 에너지, 로봇 등 17개 산업에 97조원을 투자하고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알맹이 없는 신기루 같은 대책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현장을 점검한다고 하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연중 최대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설을 앞두고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차로 3,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풀면서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은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확대하기는커녕 돈을 깔고 앉아 기업들에 자금을 풀지 않는 문제점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잘못된 거래관행도 중소기업을 옥죄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GM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로 납품업체의 이익을 쥐어짜 존립근거를 무너뜨린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GM에 처음 부품을 100달러에 공급했다면 다음해에는 95달러, 그 다음해에는 93달러로 낮추는 식으로 계약을 맺어왔다. 협력사들이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보다 억지로 납품가격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 보니 자동차의 경쟁력도 저절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中企 직접지원등 나서야 우리 사정도 GM과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기업들이 위기가 끝난 후에도 부품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뿌리 없는 나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것도 바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지난 1997년 827만명에서 10년 동안 261만명이나 급증한 반면 대기업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에 오히려 100만명이나 줄었다. 흔히들 중소기업을 ‘경제의 실핏줄’로 비유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와 고용의 88%를 맡는 ‘9988’이자 우리 경제의 탄탄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길 때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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