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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은 최근 빈집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로변의 흉물처럼 변한 빈집들이 경관을 해치고 있어서다. 강원도 내 빈집은 한때 1만동에 육박했다. 고령화와 인구이동의 영향으로 농어촌뿐 아니라 도심 내에서도 빈집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지역별 빈집 분포에서 강원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9.7%로 경기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소형주택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지방과 수도권 간 수급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음달 23일 인구 5,000만 시대를 맞는 가운데 앞으로 인구ㆍ가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거 패러다임도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거 패러다임 변화의 가장 큰 척도가 되는 '총가구 수'가 감소하는 시점은 오는 2040년이다.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시점(2030년)보다는 10년 가량 늦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며 전체 가구 수를 늘리는 까닭이다.
다만 인구ㆍ가구의 구조적 변화로 거주지역과 주택유형에 대한 선호가 바뀌면서 주택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주택 초과공급 문제가 불거지는 반면 1~2인ㆍ고령가구 등이 몰리는 수도권과 신규도시에서는 저가의 소형ㆍ임대주택 등이 품귀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중소도시 빈집 늘어…지자체 골칫거리=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 4,396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수는 2040년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든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ㆍ가구 감소는 특히 고령인구가 집중된 지방 중소도시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20년 내 지방 중소도시 곳곳에서는 주택 초과공급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0년 기준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1.9%로 이미 주택 수가 가구 수를 초월한 상태다. 경북의 주택보급률이 108.7%로 가장 높고 강원ㆍ충북ㆍ충남ㆍ전북 등이 이에 조금 못 미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 않은 곳은 서울ㆍ부산ㆍ제주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연간 40만채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게 될 경우 지방은 주택재고 수가 더욱 증가해 도시정비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빈집이 증가한 지역은 슬럼화하고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빈집 정비사업을 벌이는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빈집이 늘고 슬럼화된 구도심이 벌써부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주택정책의 최대 쟁점은 공급이 아니라 빈집 처리 문제가 돼버렸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노령화 등에 따라 2040년 일본 주택 10채 중 4개가 빈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저가 소형주택 절대부족=수도권과 지방의 신규도시들은 인구감소가 시작된다 해도 단기간에 주택 초과공급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뿐 아니라 고령자들도 교통ㆍ의료ㆍ쇼핑 등이 편리한 수도권이나 신규도시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도시를 떠나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수요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도시 내에서 젊은 1~2인 가구나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가구 등이 살 집은 점차 부족해지며 커다란 사회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후 가구 수 증가를 견인한 것은 소득계층이 낮은 1~2인 가구지만 막상 공급되는 주택은 고급형 위주였다"며 "현재의 주택공급이 변화하는 주택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1~2인 가구는 지난 30여년간 크게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10년 835만5,000가구(48.1%)인 1~2인 가구는 2035년이면 1,520만7,000가구(68.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0가구 중 7가구가량이 1~2인가구가 되는 셈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중산층 이하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이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이들이 거주할 만한 다가구ㆍ다세대주택 등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심정비사업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허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서 좀 더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하며 지금보다는 저가상품이 더 많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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