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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일반고급품 이원화 ‘혼전’
입력1996-11-28 00:00:00
수정
1996.11.28 00:00:00
남문현 기자
「시장을 창출하라.」주류업계가 전형적인 시장구도에서 벗어나 신제품 등을 통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새로운 시장 창출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소주 맥주 위스키 등 각 부문에서 올들어 유난히 돋보이게 전개되고 있는 이런 현상은 지금껏 「기존 틀」에 안주하던 주류시장에 일대 변혁을 야기하는 잠재적 돌풍을 형성하고 있다.
각 업체들이 비교우위를 확보해온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다지기 작업에 더욱 힘쓰면서 한쪽으로는 자리넓히기를 위한 전략으로 또다른 시장을 창출키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제품 용량을 차별화하는 형태를 선택하거나 전혀 색다른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형성된 시장체제에 안주하며 쌓아온 틀을 과감히 깨트리고 나섰다.
사실 각 부문별 주류시장은 몇몇 주요 업체들의 특정제품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고 시장이 형성되는 과점식 형태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고객들의 선택폭은 한정됐고 입맛은 시나브로 길들여져 「한잔의 멋은 기업의 이윤」으로만 왜곡돼왔다.
하지만 국내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 의식 또한 높아지자 기업들의 자세도 「고객만족」을 보다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점차 주류시장 구도가 완전경쟁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로 누가먼저 발빠르게 시장에 적응하고 또 시장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제품은 물론 기업의 생명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기초적인 경제논리가 주류시장에서도 인정되는 양상이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그만큼 색다르고 독특하다는 현상을 반영하는 실상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숨가쁜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결과다.<남문현>
◎맥주/예상밖 세위축속 업계 신시장 창출 안간힘/OB 「카프리」 선전,타사도 신상품 개발열기
올들어 전체시장이 예상밖의 침체현상을 보이면서 각 업체들은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속에서도 한가닥 돌파구의 길이 엿보이고 있어 일단 다행이다.
프리미엄급 제품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OB맥주의 「카프리」(3백30㎖)가 홀로 애쓰고 있지만 조만간 진로쿠어스맥주에 이어 조선맥주도 가세, 시장창출 힘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카프리는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2백35만상자(상자당 20병)가 팔려나갔다. 이 회사 전체 병맥주 판매량의 4.5%에 달하는 것이다.
신이난 OB맥주는 최근 제품홍보를 대폭 강화하며 시장 넓히기에 발벗고 나서는 등 힘찬 마케팅을 펴고 있다.
카프리의 기세가 좋아보이자 진로쿠어스맥주가 곧 비슷한 용량의 신제품으로 붉은색의 「레드락」을 내놓기로 했고 조선맥주 역시 한창 짓고있는 홍천공장이 내년초 가동되는대로 경쟁제품을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등 의욕들이 거세 한바탕 싸움이 예상된다.
3사는 또 지난 7월부터는 3백55㎖가 대표적이었던 캔맥주시장에 2백40㎖대로 단숨에 들이킬 수 있는 미니캔을 개발해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도 시장을 넓혀가는 주요 전략이다.
OB맥주는 지난 5월부터 선보인 셀프서비스형태의 대중적 분위기인 OB코인을 비롯 OB포트 OB게이트 등 4개 형태의 체인점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조선맥주 역시 최근 선보인 생맥주 뷔페전문점 하이트월드를 90호점까지 연 것을 비롯, 라이브시티 라이브랜딩존 딤플앤하이트 등 독특한 분위기의 체인점을 지역별 특성에 맞춰 되도록 많이 오픈시키고 있다.
진로쿠어스맥주는 2백30여개를 확보하고 있는 「카스타운」말고 최근 미국 서부지역 개척시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바 형식의 「카스앤드 락」과 나무소재를 많이 써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맛보도록 한 「카스피아」를 선보였다.
◎위스키/프리미엄급 강세속 스탠더드급 기지개
한때 시들해진 것으로 보이던 스탠더드제품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급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뜨겁다.
그래서 올 전체시장규모는 작년 6천여억원보다 늘어난 9천억원대가 될 것으로 모두 내다보고 있다.
진로는 「틈새시장」개발차원에서 지난 8월 프리미엄 제품 「로비듀」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칼튼힐」을 시판, 시장 확대와 다지기 전략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조선맥주는 기세가 등등한 「딤플」과 「조니워커」에 대한 용량을 보다 세분화시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늘려주는 것 등으로 마케팅을 강하게 펼쳐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두산씨그램은 프리미엄제품인 「윈저프리미어」에 계속 관심을 쏟으면서 동시에 프리미엄제품들에 밀려 의기소침해 있던 「패스포트」 「썸싱스페셜」 등 스탠더드 제품에 대한 홍보를 늘리는 방식으로 판촉에 힘써 인기를 되살려 나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소주/시장규모 작년보다 10% 늘어 1조대 전망/지난 3월 「김삿갓」이후 고급품 잇달아 선봬
가장 눈부신 변화가 일어났다. 그 가능성 또한 매우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월 보해양조가 벌꿀을 첨가제로 사용한 「김삿갓」(3백60㎖)을 전격 내놓으면서 스테비오사이드 올리고당 소주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동시에 프리미엄소주라는 차별화된 시장을 창출해내는 결과를 야기했다.
시장은 경쟁기업들의 굉장한 관심으로 한동안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소비자들로부터 『완전히 색다르고 독특한 맛이다』라는 호평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시판 1개월만에 1백만병, 1백일동안에는 무려 1천2백만병을 소화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김삿갓은 지난 10월말 현재 1백30여만상자(상자당 24병) 3백여만병이 팔려 나갔고 연말까지는 2백만상자에 달할 전망이다.
보해양조 제품 가운데 김삿갓이 차지하는 판매비중이 지난달말 현재 16%에 달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일격을 당한 진로 두산경월 등 소주 메이저들은 지난 6월 서둘러 대응제품을 내놓고 일대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선두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높게 외치며 차별화된 제품으로 진로는 숙성소주 「참나무통 맑은소주」(3백㎖)를, 두산경월은 벌꿀제품 「청산리벽계수」(3백60㎖)를 각각 선보였다.
참나무통맑은소주는 1백% 순쌀만을 원료로 원액을 1년간 숙성시켜 블렌딩한 것으로 시장에 또다른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역시 소비자들은 지난 10월말까지 무려 3천6백15만병을 찾아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3사간의 시장창출 노력이 한창일때쯤 지방소주사들도 단계적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선주조는 천연벌꿀과 아스파라긴 곡물주정을 혼합한 「암행어사」를, 무학주조는 천연벌꿀을 원료로 사용한 「태백이」를, 보배는 토종 아카시아꿀을 이용해 개발한 「이몽룡」을, 금복주는 벌꿀을 사용한 「독도」와 맥반석 암반수를 양조용수로 쓴 「영의정」을, 한일은 「백록담」을 각각 내놓았다.
소주시장이 제품군에 따라 일반과 고급으로 이원화되고 혼전양상이 빚어지면서 그만큼 늘어나 전체적으로 9천여억원에 달했던 지난해보다 10%가량 확대되고 있다.
각 업체들은 내년을 겨냥해 또 색다른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창출 폭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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