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은 최첨단 복합기술의 결정체입니다. 개발에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가의 전유물입니다. 위성은 톤당 1,000만달러의 가치가 있어요. 같은 무게의 금값과 위성 값이 같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리랑2호는 우리 위성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 것입니다.” 꿈에서도 위성을 떠올린다는 백홍렬(5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아리랑2호의 성공에 대해 “이번 일로 독자 위성 개발능력을 증명했다”며 “앞으로 위성산업을 산업화해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 원장은 특히 “리스크를 떠안을 정도의 벤처 정신을 가진 민간기업이 기술개발에 뛰어들 경우 적극적으로 도울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실패할 확률이 20%에 달하는 만큼 성공했을 때의 박수보다는 실패했을 때 감싸안아주는 국민의 마음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은 아리랑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궤도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하순 러시아로 아리랑2호를 옮긴 후 길러왔던 수염을 여전히 자르지 않고 있었다. 아리랑2호가 영상을 촬영하고 대덕기지로 그 영상을 성공적으로 송출한 뒤 수염을 자르겠다는 그를 만나봤다. -아리랑2호의 발사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발사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일단 위성을 올리는 데까지는 성공했다는 벅찬 느낌과 타국 땅에서 발사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위성 발사는 10개 중 8개가 실패합니다. -연구개발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됐을 텐데요. ▦아리랑2호는 99년 12월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6년 반 정도 걸린 셈이지요. 비용은 약 2,633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최종 성공이 확인될 경우 아리랑2호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리랑2호가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얼마나 됩니까. ▦데이터, 즉 영상자료 등을 민간기업이나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 건의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아랍, 동남아시아 국가 등이 영상자료 매입 의사를 보이고 있어요. 연간 1,000만달러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m급 영상 한 신의 경우 장당 1,000만원입니다. 물론 요청할 경우 위성영상을 받을 수 있는 지상국을 세워 영상을 직수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수신은 한곳당 연간 700만달러에 판매됩니다. -위성의 전체적인 경제효과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통신해양 위성의 경우 8조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3조원은 직접효과, 8조원은 간접적인 효과지요. 위성은 최첨단 복합기술입니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를 만들어 팔면 톤당 3만달러의 가치가 있습니다. 카메라ㆍ컴퓨터ㆍ가전은 톤당 100만달러이고요. 그런데 위성은 톤당 최소 1,000만달러의 가치가 있습니다. 같은 무게의 금의 가치와 비슷하지요. 때문에 위성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위성 등 우주ㆍ항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8,000억달러인데 우리나라는 그 중 5% 정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주ㆍ항공 분야 시장은 4,000억달러로 추정됩니다. 우주만도 1,000억달러인데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고작 0.5%에 불과합니다. 세계 10위권에 달하는 우리 경제규모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요. -기술확보는 잘되고 있습니까. ▦96년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착수해 오는 2015년까지 20년간의 플랜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딱 절반이 지난 셈이지요. 출발은 한참 늦었지만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세계 7번째로 1m급 해상도를 갖춘 위성을 만들어낸 것이 우리의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발사체도 3개를 쐈습니다. 조만간 로켓도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리랑1호는 배워서 했습니다. 그러나 2호는 독자기술이 80%나 됩니다. 외부기술 20% 중 카메라 기술을 1호 때 배우지 못해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개발했지만 3호 때는 독자개발도 가능할 것입니다. 남이 하는 만큼은 쫓아왔는데, 이제 핵심기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주기술에 도전하는 민간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워낙 리스크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실패를 무릅쓰는 벤처 정신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가 축적한 기술을 전수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까. ▦13개 위성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위성은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아리랑위성 시리즈 같은 다목적 위성, 통신ㆍ해양기상 위성인 정지궤도 위성, 과학 위성 등입니다. 현재 다목적 7개 중 2개를 쐈고요, 과학 위성은 4개 중 2개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다만 통신ㆍ해양 위성 2개는 아직 발사하지 못했지요. -아리랑2호는 지상 1m 물체를 식별할 정도의 고해상도를 갖췄다는데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렇지요. 고해상도인데다 컬러 영상이기 때문에 국토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국토의 변화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어 불법 건축물은 물론 지형 변화, 식생ㆍ산림 변화, 오염 감시 등도 할 수 있지요. 물론 자원탐사도 가능합니다. -카메라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고해상도 카메라 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지상 685㎞ 상공에서 1m의 해상도를 가진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습니다. 미국ㆍ프랑스 등은 기술이전을 기피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공동 연구를 했지요. 2002년 이라크전이 터지면서 현지 연구원 철수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결국 연구원들은 철수하지 않고 방독면을 쓰고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아리랑2호의 성공을 가져온 것입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짓고 있는 우주센터와 발사체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KSLV-1’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입니다. 과학로켓 KSR는 그냥 하늘로 올라갔다 떨어지는 것이었지만 KSLV-1은 우주궤도로 위성을 올리는 것이지요. 현재 전세계 8개국이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내년에 위성 발사체까지 성공하면 한국 우주기술은 당당히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입니다. -우주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우주개발은 긴 사업기간, 막대한 예산, 그리고 분명히 나타나는 성공과 실패 등으로 인해 다른 과학기술 분야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투자는 미국의 300분의1에 불과하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4%에 불과합니다.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또 실패 확률이 20%에 달하는 만큼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실패하더라도 용기를 북돋아주고 감싸줄 때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더욱 발달할 것으로 봅니다. ● 백홍렬 원장은 누구 지대공 유도탄등 개발 주역 덥수룩한 수염 때문일까. 백홍렬 원장은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53년생. 우리 나이로는 54세인 그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보통 수염을 기르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것과는 반대다. 흔히 각인돼 있는 실험실의 과학자답지 않게 상당한 스타일리스트라는 느낌도 줬다. 친근함이 물씬 풍기는 백 원장이지만 업무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이다.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릴 때 미세한 오차라도 생길 경우 그 위성은 우주미아가 되고 만다. 우주강국의 중책을 떠맡고 있는 그가 치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성격은 상당히 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매년 위성을 발사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는 게 주위의 해석이다. 백 원장이 항우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5년. 물리학을 전공했던 백 원장은 75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유도무기체계 등을 연구했다. 20년간 국방과학연구소에 머물면서 지대지유토탄ㆍ함대항유도탄ㆍ지대공유도탄 등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그후 항우연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 다목적1호 위성을 개발했으며 올해는 아리랑2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백 원장의 관심사는 100% 국내기술로 위성을 발사한 뒤 2008년과 2009년 아리랑위성5호, 통신해양기상과 아리랑위성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는 "그동안의 고생은 위성 발사 성공으로 모두 보상받았다"고 말했다. ◇약력 ▦53년 서울 ▦71년 경기고 졸업 ▦75년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졸업 ▦80년 국방대학교 선임연구원 ▦83~85년 코넬대 응용물리학석사ㆍ박사 ▦9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응용그룹장 ▦2000년 항우연 우주응용센터장 ● 항공우주연구원은 과학관측로켓 개발…아리랑위성등 발사 성공
한국 우주산업 '메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본산이다. 지난 81년 한국기계연구소 항공연구실로 발족한 뒤 89년 항공우주연구소로 재발족했고 2001년에는 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연구인력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559명. 항우연은 로켓ㆍ위성ㆍ항공기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다. 먼저 위성 분야에서 99년 12월 아리랑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03년 과학기술위성1호, 올해 7월28일에는 아리랑2호를 지구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앞으로도 모두 13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추진체인 로켓 분야의 연구성과도 눈부시다. 93년과 98년에는 과학관측로켓Ⅰ, 과학관측로켓Ⅱ를 개발했고 2002년 12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과학로켓 KSR-Ⅲ를 제작,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특히 KSR-Ⅲ의 개발은 자체 능력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한국 항공우주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항우연은 KSR-Ⅲ에 이어 현재 국내 위성을 싣고 지구궤도에 진입할 KSLV-1 로켓을 연구 중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93년 지상관측용 무인비행선을 개발했고 97년 8인승 쌍발복합재료 항공기 개발, 2001년 선미익(先尾翼) 항공기 '반디호' 개발 등 항공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 아리랑2호 특허만 37개 출원 아리랑2호는 우리나라 우주기술의 상징이다. 약 80%의 아리랑2호 기술 국산화율은 한국 우주기술이 조만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아리랑2호 개발과정에서 항공우주연구원이 모두 37개의 특허를 출원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위성을 만들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수소연료 저장기술은 초고난도 기술이다. 아리랑2호는 태양전지판을 통해 얻은 태양열을 연료로 이용, 3년간 작동한다. 문제는 발사 뒤 태양열 전지판을 펴기 전까지 7분간 위성을 움직일 연료를 보관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게 수소연료. 수소연료의 불안정성 때문에 저장기술은 상당히 고난도인데 이를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수소연료 저장기술은 수소연료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극저온 환경에서도 용접할 수 있는 기술과 유압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유량계 등을 개발했다. 형상기억합금 기술은 당장 기업에 이전해 쓸 수 있다. 이밖에 ▦태양전지판 저온환경 전개시험 장치대 ▦실시간 데이터 입출력 모사장치 ▦인공위성 분리신호 발생회로 ▦복사열 전달 차단용 열차폐막 제작기술 ▦로컬버스 이용 통신 ▦이리듐 촉매 성능 측정장치 ▦펄스 노이즈 인가장치 등도 항우연이 개발한 특허기술이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아리랑2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들을 확보했다"며 "100%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할 아리랑5호의 경우 더 많은 기술을 개발해 민간기업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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