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협력사 경쟁력도 함께 키운다<br>글로벌 생산벨트 구축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필수<br>도레이, 101개 협력사 클러스터화 기술·정보 공유<br>바스프, 계열사 생산단계따라 공급자-고객 관계로
| 바스프는 국내외 공장을 생산공정별로 효율적으로 배치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스프의 루드비히슈하펜 본사공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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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쟁력'을 구축하라] 연합전선의 막강한 힘 (1부·끝)
계열·협력사 경쟁력도 함께 키운다글로벌 생산벨트 구축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필수도레이, 101개 협력사 클러스터화 기술·정보 공유바스프, 계열사 생산단계따라 공급자-고객 관계로
바스프는 국내외 공장을 생산공정별로 효율적으로 배치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스프의 루드비히슈하펜 본사공장 전경
로레알
일본의 전통적인 실크산지이자 섬유산업으로 유명한 혼슈의 서쪽 호쿠리쿠.
이곳엔 도레이(Toray)를 중심으로 협력업체 101개사가 입주한 ‘합섬 클러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민간 주도형 클러스터라는 점.
지난 2004년 출범한 이 클러스터에 모인 기업들은 그동안 꽁꽁 감춰왔던 각자의 기술과 정보를 이웃들에게 공개하며 집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영업력을 자랑해온 도레이가 합섬 클러스터를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사 경쟁력이 본사의 경쟁력=지난 5월 방한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사장은 “중국의 저가공세, 엔고 등으로 중소기업이 잇달아 도산하는 등 섬유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도레이가) 리더십을 발휘해 협력업체들을 모았다”며 “염색ㆍ봉제 등 수직단계 협력사를 연계, 경쟁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도레이는 물론 섬유산업이 새로운 성장기를 맞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소재와 제품을 기획, 세계 섬유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게 도레이의 복안이다.
도레이 클러스터가 협력사와의 수평계열화로 이뤄진 연합전선이라면 바스프(BASF)그룹은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로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바스프는 화학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창업초기부터 생산의 수직계열화를 꾀했다. 대표적인 생산거점은 본사가 자리한 루드비히슈하펜. 단지 안에는 300여개 공장이 생산공정별 단계에 맞춰 체계적으로 배치돼 있다. 또 2,000㎞에 이르는 지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계열사들이 공급자와 고객으로 연결돼 있다.
바스프의 수직계열화 원칙은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할 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한국바스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에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생산거점을 통해 화학제품을 세계 시장에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게 바스프의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계열사나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매우 중요한 생존 요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협력업체에 대한 의존도 높아져=협력사와의 연합전선 이면에는 이들에 대한 본사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부품업체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의존도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 아래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업체에 요구하는 국제화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김상철 KOTRA 주력산업팀장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세계 각지의 완성차업체와 소비자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방식과 수송, 서비스 등에서 글로벌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에 진출한 보쉬(Bosch)코리아는 사업장 및 매장에서 한국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ㆍ비즈니스 용어에서 한국어 사용범위를 확대했다. 한국어 웹사이트는 진출 초기에 구축했으며 각종 기술명세서와 검사기준서, 제품설명서 등도 한국어판을 갖췄다.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만드는 부품은 전체의 35% 가량.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다. 브레이크시스템이나 에어백시스템 같은 중요한 부품도 협력업체에 맡긴 지 오래다.
이 같은 아웃소싱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돼 10년 안에 자동차의 80% 이상이 외부 부품업체의 생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컨설팅사인 로랜드버거앤파트너스(Roland Berger & Partners)는 독일 부품업체의 국제화 정도가 2010년에는 9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화학적 결합’의 힘=글로벌 생산벨트를 구축하려는 기업에겐 협력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수요건이다. 특히 협력업체에게 요구하는 기술이나 품질이 높을수록 이 같은 결합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세계 중장비시장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캐터필라(Caterpillar).
이 회사는 현재 전세계 160개국에서 190개 딜러들이 1,400개의 부품 및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부품주문을 받으면 전세계 어디라도 48시간 안에 부품을 공급한다.
이 회사는 지역 딜러에게 고객 관리를 위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딜러 사업이 대를 잇는 가족 사업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이 직접 구매를 요구했을 때도 단호하게 거절했던 일화는 캐터필러가 지역 딜러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남들이 흉내내기 힘든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 강화하는 모습이다.
● 파트너 능력 최대한 높이기
세계적인 엘리베이터업체 오티스(OTIS)는 부품의 품질과 신뢰성,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의 공정개선과 품질향상에 적극적이다.
특히 전세계 어느 곳이라도 오티스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을 경우 오티스가 속해 있는 UTC그룹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한 ‘Q+’ 프로그램을 운영, 협력업체에 매출 신장은 물론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품질인증만 받으면 매출 42조에 이르는 UTC그룹의 계열사인 시콜스키(헬기제조업체)와 프랫앤휘트니(항공기엔진 제조사) 등 6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모든 부품업체들이 오티스와 제휴하기 위해 고도의 품질 수준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오티스의 글로벌 경쟁력이 막강해질 수 밖에 없다.
● 현지화 전략 성공과 실패
로레알-인지도 높은 제품으로 진출후 각국 특성맞는 상품으로 장악
P&G-남미·유럽 공략방식 日적용 현지인 엄청난 반감에 '쓴맛'
'랑콤→로레알 파리→지오코스메틱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로레알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내놓는 브랜드의 순서다.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앞세워 일단 시장을 개척한 뒤 대중적인 브랜드로 저변을 넓히고 마지막엔 지오코스메틱스(현지화된 제품 개발)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회사가 현지화된 제품 개발에 쏟는 정성과 투자는 놀라울 정도다. 감각분석연구소와 소비자 테스트센터를 통해 각국의 특성과 문화ㆍ취향 등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가장 적당한 제품과 마케팅전략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피부와 기호, 식습관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적 다양성 수용은 매출 140억2,900만 유로, 17개 글로벌 브랜드, 130여개국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냈다.
로레알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서구 여성들은 기초 화장에 필요한 화장품이 2~3단계이지만 한국 등 아시아 여성들은 6~7단계를 거친다"며 "아시아 등 특별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특성을 취합해 프랑스 본사에 보내 현지화된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시아 시장에만 내놓는 립스틱이 20가지 색깔군을 갖출 정도로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게 회사의 핵심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검색엔진 야후(Yahoo) 역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13개 언어로 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일관된 현지화 전략을 추구했다. 본사의 플랫폼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로컬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있어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패턴에 따라 저마다 차이를 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은 "설립 초기의 정신은 경영진과 기술진을 따로 구분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로컬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있어도 로컬 소비자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 점이 야후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소비재 생산기업인 P&G가 일본에서 거둔 처참한 성적표는 대표적인 현지화의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과거 남미와 유럽 지역의 경험만 믿고 일본에서도 집집마다 샘플을 돌리며 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촉활동에만 주력했다. P&G는 일본 진출 6년여만에 시장 점유율을 22%까지 끌어올려 현지화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직접판매 방식이 일본 현지에서 원성을 불러 일으켜 'P&G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일본 시장을 융단폭격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맞춰 일본 기업의 대대적인 반격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P&G는 시장 점유율이 13%대까지 하락하는 쓴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한충민 한양대 교수는"P&G는 전통적인 미국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 데다 남미 등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현지의 감성을 감안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한 경우"라며
"현지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감성을 간과해 실패한 만큼 국내외 기업들이 현지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정상범 팀장(산업부 차장)·이규진·이진우·김성수·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6/07/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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