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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렌즈에 포착된 자연과 도시와 사물 등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이지만 작가 의도에 따라 유화 같은 질감을 준다거나 동양화의 수묵화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최근 전시되고 있는 대림미술관의 장 보드리야르 사진전과 갤러리 뤼미에르의 빌 샵 사진전이 그렇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제목으로 열리는 보드리야르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작가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포착한 자연과 도시와 사물의 사진 70점으로 화려한 색감으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프랑스 철학자, 사회사상가이며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탁월한 이론가로 최근 국내서도 강의한 바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시뮬라시옹’을 비롯하여 ‘소비의 사회’ ‘푸코잊기’ 등이 있다. 그는 이론적인 활동이외에 예술가로서 사진작업도 꾸준히 해왔으나 사진작품들은 드물게 공개됐다. 이번 전시 역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으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에 이은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세계를 여행하면서 찍은 것들은 고전적인 정물화나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사물 등이다. 언뜻 보면 우연한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어디의 부분이며 어떤 상태인지를 추측할수록 시각적재미를 더한다. (02)720-0667 한편 빌 샵의 흑백 풍경사진은 그만의 독특함이 있다. 안개에 휩싸인 다리, 어스름한 때 찍은 분수대, 연못의 부드러운 물 표면에 반사된 갈대 등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과 수묵화의 담백함이 있다. 특히 이번에 뤼미에르가 보여주는 50여점의 사진들은 가로 세로 25cm 크기의 것들로 일정하다. 극도로 정제되고 디자인화 된 풍경사진이 주는 식상함을 뛰어넘어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깊은 내면을 느끼게 한다. 뤼미에르 전속 작가인 빌 샵은 혼자서 세상이 조용할 때 그가 찾는 모든 것이 고요할 때(Gathering Calm) 세상과 대화를 나눈다. 빌 샵의 이번 ‘고요속으로’ 전시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찍은 사진으로 엮은 사진집 ‘개더링 캄(Gathering Calm-Photographs)’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과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02)517-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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