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사옥. 정몽구(사진) 회장은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ㆍ양웅철ㆍ이형근 등 현대ㆍ기아차 부회장들과 함께 현관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영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10여명의 이탈리아 주요매체 기자들에게 정 회장은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어 정 회장은 이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로비에 전시된 차량을 소개하고 생산현장 방문을 위해 양재동 사옥을 떠날 때는 버스를 향해 손까지 흔들며 인사했다.
정 회장의 이날 모습은 한 마디로 파격이다. 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인 만큼 해외 기자들의 방문은 흔하지만 정 회장이 이처럼 극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유럽 자동차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베테랑 기자들이 유럽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한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성의 표시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재정 위기로 유럽 자동차시장이 위축된 올해가 오히려 현대ㆍ기아차에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1~4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성장한 25만9,000여대를 판매하며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폭스바겐(-0.9%), 푸조(-13.5%), 르노(-21%), GM(-11.8%) 등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도 유럽의 경제위기를 경쟁업체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현대차 'i30 왜건', 신형 '싼타페', 기아차 신형 '씨드' 등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전문 매체들도 이 같은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 때 이탈리아 전문지 '인터오토뉴스'로부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상'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기자단으로 투표로 선정되는 이 상에서 정 회장은 마르틴 빈테르코른 폭스바겐 회장, 앨런 멀럴리 포드 CEO를 제쳤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이탈리아 판매망을 직영화해 현지의 우호적인 여론이 꼭 필요한 시기"라면서 "아울러 정 회장이 3월 상을 받은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들에게 최대한의 우정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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