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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클릭] 갈치의 시련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생선을 꼽으라고 할 때 고등어와 함께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게 갈치다. 어릴 적 반찬 투정을 하고 있을 때 부엌에서 어머니가 구워주는 갈치 한 토막은 행복한 추억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구이ㆍ조림ㆍ찌개ㆍ회ㆍ국 등 조리법에 따라 입으로 전해지는 맛은 담백했다. 갈치 속젓이 들어간 김치는 별미 그 자체다. 아마도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비싼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영양보충을 못 시켜준 설움을 갈치로 덜어냈을 것이다.

△갈치라는 이름은 칼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것으로 '갈치'또는 '도어(刀魚)'로도 불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군대어(裙帶魚)'라고 하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로 칭했으며 서유구는 '난호어묵지'에서 '갈치(葛侈)'로 명명했다. 신라시대에 칼을 '갈'이라고 칭했다는 점을 근거로 오래 전부터 이렇게 불렸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연중 잡히고 맛도 좋아 조선시대에는 '돈이 아까우면 소금에 절인 갈치를 먹어라(不欲費錢鏹 須買葛峙鲞)'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한반도 연안의 갈치는 어족의 풍부함과 맛 때문에 오래 전부터 시련을 겪어왔다. 조선 후기에는 청나라 어선이 충청과 전라도 해안에 3~4척씩 떼를 지어 출몰했고 경상도 해역에도 일본 어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어민들의 골치를 썩였다. 근래에 들어서는 남획과 기후온난화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해 우리가 누려온 밥상의 즐거움을 빼앗아 버렸다. 마리당 2~3만원까지 하는 갈치 앞에 '서민'이라는 수식어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금' '다이아몬드'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대형마트에서 갈치를 못 팔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다. 서울 대형마트와의 거래 비중이 80%에 달하는 제주 어민들이 반발하고는 있지만 다른 품목들과의 형평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판매가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래저래 집에서 갈치 굽는 고소한 냄새를 맡을 시간이 줄어드는 게 예전 어머니의 모습을 지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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