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반기에 본격화했던 세제개편 논의가 올해 들어서는 3개월가량 앞당겨 점화되고 있다. 여야가 4ㆍ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종 세법개정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놓였던 일부 계층에 대한 정부의 과세 검토 방침이 공론화하면서 올해 세제개편 논의는 여ㆍ야ㆍ정 간의 전쟁을 방불케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세정당국과 정치권이 조기에 공론화한 세제개편 이슈는 주로 ▦금융세제 대수술 ▦체크ㆍ직불카드 소득공제 확대 ▦부자증세 여부 ▦성직자 과세 법제화 ▦비과세ㆍ감면 제도 구조조정 등이다.
이중 체크ㆍ직불카드 소득공제 제도나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총론적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다른 이슈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릴 요소들을 안고 있다.
이중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은 미묘하다. 여야는 최근 총선 공약 등을 통해 해당 과세의 기준 금액을 낮춰 과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과세 기준이 되는 금융소득은 '1인당 4,000만원 이상'인데 새누리당은 '2,000만원 이하', 민주당은 '3,000만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지난 1999년 한국행정학회를 통해 발표했던 '조세정책과 분배정의' 논문에서 당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던 '부부합산 기준 4,000만원 이하'를 더욱 낮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세제당국으로서는 반대론을 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의 감세기조를 번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직자에 대한 과세 법제화 여부도 상황이 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으로도 성직자의 근로소득에 과세를 할 수 있지만 일선 세무당국이 종교인에 대한 예우관행 등을 이유로 자진 소득신고자가 아니면 과세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세금을 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 장관이 지난 19일 종교인에게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밝혔는데 종교계에서 찬반 양론이 격화되고 만 것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단속해야 하는 여권의 입장까지 얽혀 재정부는 자칫 꼬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부자 증세론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격론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과표구간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최저한 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증세를 해 복지재원 등을 충당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500억원 초과' 과표 구간을 신설해 25%의 법인세를 매겨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아울러 소득세에 대해서도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정부는 표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주요 경쟁국들이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인하경쟁을 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세법을 바꾸는 입법권이 국회에 있어 정부의 힘겨운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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