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개입하기를 꺼리던 금감원이 직접 나선 것은 시중은행 자율에 맡겼다가는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관련 하청업체들의 연쇄부실 등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채권은행들은 금감원의 개입을 두고 '당국이 사실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보인 게 아니냐며 되레 반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추정되면서 일부 여신을 회수하려던 채권은행들은 금감원의 지시에 여신 회수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대우조선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여신 한도를 축소하도록 조치했으나 당국의 주문으로 이를 다시 원상 복구시켰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은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직접적 개입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정부와 산은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시중은행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당국과 산은이 함께 대우조선 유동성 부족이나 부채비율 상승 등에 대응할 것이니 시중은행은 여신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당국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오히려 안도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은을 통한 최소 1조원대의 유상증자와 신규대출을 구상하고 있다. 산은은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실사 중 유동성 문제가 생길 시 이를 신규자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내부유보금만 6,0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있다면 산은이 수은과 공조해 신규자금 대출 명분으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따른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대기업 여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대형 금융지주들이 실적발표를 위해 이사회를 개최한 자리에서도 일부 금융지주 회장 등은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제때 줄여나가지 못했다"며 은행장과 임원 등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조선·철강 등 경기악화 업종에 대한 고강도 여신 건전성 점검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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