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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2환란' 우려
입력2001-03-12 00:00:00
수정
2001.03.12 00:00:00
정치불안 등 각종 악재 겹쳐 회생 불투명극심한 정국 불안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에 '제2의 환란(換亂)'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압둘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자카르타 시내의 대통령궁을 둘러싼 가운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2일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한때 달러당 1만1.300루피아까지 속락, 와히드 정권 이래 최저치이자 지난 98년 이래 30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루피아화의 추락에 통화당국인 중앙은행도 두 손을 들었다. 뱅크 인도네시아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루피아 하락이 정치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시장개입을 통한 루피아화 부양의 여지가 극히 제한돼 있다며, 현재의 외환보유고로는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시인했다.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올해 만기도래하는 대외 채무 260억달러를 조금 웃도는 291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9일 루피아화 가치는 29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만포인트 아래로 떨어져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 루피아화는 지난 97~98년 위기 당시 달러당 1만6,950루피아까지 떨어졌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한 투자분석가의 말을 인용, "인도네시아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낙오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최근 정치 불안과 그에 따른 해외 채권단의 신뢰 상실 등을 이유로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해외 투자가들의 불신을 전달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의 '지뢰'로 전락한데는 와히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와히드 대통령은 두 건의 금융스캔들에 연루되면서 탄핵 압력을 받는 등 나라 정세를 혼미에 빠뜨리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종족 분쟁과 아체 등 일부 지역의 분리움직임도 이 같은 정권 약화를 틈타 한층 기세를 높이고 있는 실정.
게다가 정부는 도움을 받아야 할 국제통화기금(IMF)과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해외 투자가들은 속속 인도네시아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IMF는 인도네시아가 개혁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이래 총 50억달러의 자금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4억달러의 지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해외 민간채권단과의 채무 상환일정 조정에도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경기 둔화,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낮아진 국제 유가 등 온갖 악재가 겹쳐, 지난해 4.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인도네시아 경제는 올해 빠른 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문제가 마무리되는데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인도네시아의 정국 혼미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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