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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유혹한 화가… 그 화가를 유혹한 여인

■ 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영림카디널 펴냄


'황금의 귀부인(The dame in gold)' '황금의 여인(The lady in gold)'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 여러 별칭을 가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지난 2006년 1억 3,500만 달러(약 1,500억 원), 당시로는 경매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이만한 그림이 경매까지 흘러나온 사연은 어떤 것이었을까. 현재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예루살렘 지국장이자 문화평론가인 저자는 이 과정을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서부터 풀어나간다.

클림트는 이미 20대에 황제로부터 황금십자훈장까지 받으며 빈 예술계의 '왕'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입체파·인상주의 등 새로운 흐름에 보수적인 빈에 답답함을 느낀 그는 동료 18명과 미술가협회를 탈퇴해 '분리파' 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과도한 성애 표현과 퇴폐적인 여성상으로 비난받았지만, 성(性)과 아름다움·욕망의 인간 내면을 표현하려 애썼다.

이즈음 후원자인 체코 출신 부호 페르디난트가 아내의 초상화를 부탁해 그려진 것이 바로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다. 유난히 자의식과 성취욕구가 강했던 아델레는 여성편력이 심했던 클림트를 사로잡았다. 그에게 아델레는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이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팜므 파탈'이었다. 전문가들은 그의 대표작 '유디트' '키스' '다나에'의 모델 모두가 아델레라고 추측할 정도.



하지만 이 그림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독일 나치 세력에게 몰수되는 시련을 겪는다. 또 전쟁 이후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를 국유화하고 돌려주지 않는다. 지루하게 이어진 소송 끝 68년 만에 그림이 유족에게 돌아오지만, 이제는 유족 간의 분배 문제가 생겼다. 결국 경매가 답이 됐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의 새 주인은 이미 14살 때 이 그림에 반해버린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회장인 로널드 로더. 뜻밖에 그는 미국 뉴욕의 노이어갤러리에 맡겨 일반에 공개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정이었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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