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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이 그립다

아마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 같다. 아직 올 한해가 다 가려면 9개월 이상 남았지만 과연 황 교수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세워줄 인물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 까 싶다. 황 교수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바이오기술(BT) 관계자들을 두 번이나 `놀라 자빠지게(stunning)` 만들었다. 한 번은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또 한 번은 그의 청빈한 자세였다. 황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에 힘입어 숱한 국제특허 출원이 이어졌지만 그는 특허 지분 가운데 60%는 서울대학교에 넘겼다. 나머지 40%도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정작 황 교수 개인의 지분은 한 주도 없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엄청난 보상을 받을 기회가 생겼지만 그는 아예 남의 일이라는 듯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황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 또 다른 희한한 사람이 있다. 바로 미즈메디병원의 윤현수 의과학연구소장이다. 윤 소장은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사이언스지에 등록할 저자 명단을 제한할 수 밖에 없게 되자 윤 소장은 아예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 했다. 황 교수조차 “과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이 기록된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 것은 보통의 희생정신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황 교수나 윤 소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선비정신이 아닐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선비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부를 탐하지 않는 고결한 인품의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황 교수나 윤 소장의 모습은 이런 사전적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공휴일마저 반납한 채 1년 내내 연구에 매달리고, 그 성과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도 연연해 하지 않았다. 대의를 위해 노력을 보태는 데는 인색한 반면 성과가 나오면 숟가락 먼저 얹으려는 약삭빠른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대통령 탄핵으로 사회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선비가 드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불행히도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에서 황 교수나 윤 소장 같은 선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선비가 더 더욱 그립다. <정문재 경제부 차장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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