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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2> 또하나의 '총성 없는 전쟁'

상품개발서 PB·인사까지… '스마트금융'이 경영틀 통째 바꿔

가입·대출·통장관리까지 스마트뱅킹으로 가능

시중·지방은행 영역 파괴… 전담팀 구성 앞다퉈

기존 영업인력 확 줄이고 재배치·이공계 우대도


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온라인뱅킹을 하기 위해 거래은행 홈페이지를 찾았다. 로그인 후 첫 화면에는 스마트금융이 소개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부터 스마트상품, 스마트금융 이벤트까지 각종 정보가 총망라돼 있었다. 이씨는 보안이 걱정돼 스마트뱅킹 이용을 주저했는데 소개화면을 다 읽고 나니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는 온라인뱅킹 대신 스마트뱅킹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계좌·상품들을 종이통장 없이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통장'을 출시한다. 지금까지 통장을 관리하려면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거나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는데 이 앱을 이용하면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또 종이통장 없이 지점이나 ATM에서 입출금을 할 수 있어 편의성도 크게 향상된다. 우리은행은 이 앱이 활성화되면 종이통장 비중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금융의 위상은 금융고객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은행들 간 스마트금융은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모든 은행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스마트뱅킹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한 예일 뿐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15일 단행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마트상품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기존의 조직 틀에서는 금융의 변화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결과다. 다른 은행들도 관련 조직을 만들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포성만 들리지 않을 뿐 고지선점을 위한 각개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금융은 태생적으로 정보기술(IT)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IT는 벤치마킹이 수월한 곳이어서 전략모방이 금세 이뤄진다. 스마트금융 경쟁에 가속도가 붙는 이유다.

지금까지 스마트금융은 사용자 확대에 주력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말 현재 온라인뱅킹 이용자는 400만명을 돌파했다. 지반공사는 끝난 셈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금융의 양상은 판이해졌다. 계좌조회·이체 같은 단순 서비스에서 온라인 전용 대출상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판(사용자)'이 만들어지고 경쟁의식은 고취됐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면채널의 역할이 재정의되는 가운데 IT 도입을 활용한 지점의 소형화와 첨단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의미해진 은행·상품의 구분=스마트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없는 은행'이다. 이 현상은 필수적으로 경계의 붕괴를 수반하는데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은행 간 권역 붕괴다.

스마트금융 환경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구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시중은행이란 전국망을 갖춘 은행을 뜻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무의미하다. 소비자가 선택하면 그만이다. 지방은행과 수협·우정사업본부까지 스마트금융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 그리고 금융소비자의 스마트금융 수요 증가는 상품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모바일금융 도입이 늦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모바일금융 주택담보대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아이터치 아파트론, 아이터치 연립·다세대론'을 취급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온라인 전용 주택담보대출인 '아낌e-보금자리론'을 판매하고 있다.

대면접촉 위주로 전개돼온 프라이빗뱅킹(PB) 시장도 스마트금융의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국민은행은 4월 비대면 서비스 이용 경향이 큰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금융센터'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1대1 전담 고객관리를 위한 '온라인PB'가 배치됐는데 단순 상담부터 전문적인 재무설계까지 가능하다.



◇스마트금융 주도권은 소비자 손에=금융의 주도권이 종전 은행에서 소비자에게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스마트금융이 불러온 또 다른 변화다. 앞으로 스마트금융 경쟁이 소비자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브랜치'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은행들은 스마트 브랜치 확대에 열을 올렸다. 스마트 브랜치는 쉽게 말해 무인점포를 말한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오버뱅킹 문제가 부상하자 은행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점포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절반의 성공(또는 절반의 실패)'으로 판명 났다. 지난해까지 국내 은행들이 세운 스마트 브랜치는 60여개. 올 들어 신설된 스마트 브랜치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외환은행은 2013년에 개설했던 국회의사당역점을 폐쇄했고 국민은행은 스마트 브랜치 개설 당시 열었던 전용 홈페이지도 없앴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 브랜치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인데다 상품에 가입할 때는 본인 대면절차를 거쳐야 해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이 크지 않다"며 "이용실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비용을 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도 이공계 인력 우대…인사정책도 변한다=스마트 브랜치 사례에서 엿보이듯 앞으로 스마트금융 경쟁은 보다 실리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금융의 최대 강점이 바로 수익성이다. 타워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을 이용한 거래비용은 브랜치를 이용할 때에 비해 50분의1 수준에 불과하며 ATM에 비해서도 10분의1 정도다.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다.

스마트금융의 발달은 시중은행들의 인사전략에도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씨티·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시작된 인력감축이 시중은행들로 번지려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점포폐쇄 조치로 허공에 뜨게 된 영업인력을 어떤 식으로 재배치할지도 은행들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또 스마트금융 발달은 이공계 전공자의 금융권 유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3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올해 이공계 채용비중이 지난해의 2배로 확대될 것이라 이미 예고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저금리 및 내수시장 정체 등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은행권 고용은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점포폐쇄로 발생한 잉여인력은 일단 다른 지점들로 재배치되겠지만 자연이탈 후에는 점포인력 효율화 작업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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