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소액주주들이 외국인 기관 투자자와 손잡고 현 경영진에 반기를 들었다. 소액주주들이 외국인 투자자와 함께 국내 기업을 상대로 공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삼천리 소액주주 모임과 서울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삼천리 소액주주 강형국씨외 3명은 외국계 자산운용사 헌터홀자산투자운용과 연대해 삼천리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선임, 주당 현금배당액 증액,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9건의 주주제안을 발의했다.
강씨 등은 주주제안서에서 "삼천리가 주식회사로 전환한지 47년째에 접어드록 있지만 여전히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대주주의 대를 이은 가족경영에만 매달리고 있어서 대주주와 외부주주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4배에 가까운 외형성장을 이루었지만 주가는 7년전 상태를 답보하고 있는 데는 내부주주와 이사진이 저배당 정책 등으로 일관되게 외부주주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주 무시 경영'의 대표적인 예로 자회사 삼탄 지분 헐값매각을 들었다. 삼천리는 지난 2009년 자회사였던 삼탄의 소유지분 10.2%를 유상감자를 통해 1,408억원에 소각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삼탄의 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이 주가수익비율(PER) 5~6배 수준에서 (헐값에)처분되는 것으로 판단해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했었다.
강씨 등은 이 같은 운영상 문제점을 들어 한준호 대표를 해임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현재 2,000원인 주당 현금배당액을 1만원으로 증액하고, 저평가된 주식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을 전제로) 액면가 5,000원의 자사주(보통주) 30만주를 500억원 한도 내에서 매입할 것 등을 제안했다.
강씨는 삼천리 지분 1%를 보유하고 있으며, 헌터홀이 7%를 가지고 있다. 8.52%를 쥔 바우포스트그룹이 이번 주주제안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은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기관을 상대로 표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도시가스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아 에너지 등 발전사업과 녹색성장, 생활문화사업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는 중”이라며 “외국계 운용사가 연초부터 지분을 줄여온 점으로 미뤄 볼 때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실제로 경영권 장악보다는 배당 등을 위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천리는 이날 경영권 분쟁 소식에 전날보다 9,700원(10.29%) 뛴 10만4,000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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