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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포커스] 엉터리 성장률 전망에 분식예산까지… 예고된 나라곳간 참사

세출에 세수 꿰맞추다가 12조 구멍<br>정부 사과없이 추경 편성 불가피론만<br>정치권도 민원예산 따내려 알면서 방관<br>"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 꼼수" 지적도


예고된 참사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공식화한 10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얘기다.

정부는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들며 두자릿수 규모의 대규모 추경을 들고나왔지만 실상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초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 목표를 억지로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정해진 지출규모에 세수를 꿰어 맞추다 보니 발생한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것이다. 경기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경기부양 재원을 마련하고 추후 정치권과 '(추경규모를 늘리기 위한) 게임'을 위해 과도하게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엉터리 경기전망에 '분식 예산'까지=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29일 기자실을 방문해 "올해 세수부족 12조원을 포함한 '12조원+α'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조원은 한 해 국세수입의 5~6%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12조원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에 영향을 받는 법인ㆍ종합소득세의 세수가 4조5,000억원가량 감소하고 올 성장률에 따라 달라지는 부가가치세 세수가 1조5,000억원 정도 줄어 총 6조원가량의 세입감소가 예상된다는 것. 여기에 산은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매각이 안 돼 6조원의 세외수입이 구멍 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 세수부족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ㆍ소득세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지난해 성장률을 3.3%로 예상하고 세수를 추계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 가운데 지난해 성장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 곳은 전무했지만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올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세수를 추계할 당시 올 성장률을 4.0%로 가정했으나 이는 달성 불가능한 숫자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1.7%포인트나 급강하한 2.3%로 낮췄다. 반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정부의 주먹구구 전망이 두자릿수 추경이라는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애초 성장률 전망을 엉터리로 했다는 것인데 민간 연구소의 아마추어 연구원도 이런 부실 전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 보유자산의 매각 수입인 세외수입 추계도 엉터리였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은과 기업은행 주식 매각 수입으로 7조7,000억원을 잡았다. 하지만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시중은행 주가가 장부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공무원이 총대를 메고 지분을 팔겠느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산은 매각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정부가 지분을 매각할 권한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세입예산 자체가 '분식'이었다는 뜻이다.



◇세수부족 12조원 넘을 수도=문제는 세수부족이 12조원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 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경우를 가정해 부가가치세 세수부족을 1조5,000억원으로 추계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최소분이다. 세외수입 부족분도 과소 추계됐다.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15%의 매각 성사를 전제로 세외수입이 6조원가량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에는 기업은행 지분 전체를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정부 지분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만 매각해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5%라는 막대한 규모의 주식을 정부가 제값을 받고 팔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주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지분 매각규모가 줄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경기급락의 책임을 지난 정부 탓으로 돌리기 위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추경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평소 정책효과를 반영해 성장률을 전망하던 정부가 12조원 이상의 추경을 요구하면서 추경 효과를 성장률 전망치(2.3%)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정부는 이날 추경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하반기 한국판 '재정절벽'이라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규모 세수부족 참사는 정부의 세수 부풀리기에서 비롯된 만큼 추경을 요구하려면 정부의 사과가 우선이다. 현실적인 성장전망에 따라 세수를 추계한 후 세출을 조정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필요한 세출규모를 정해놓고 세입을 세출에 맞추기 위해 성장률을 무리하게 올려잡는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참사에 일조했다. 정부의 세수추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 예산을 끼워넣으려다 보니 모른 척 방관했다는 얘기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확한 경기판단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세입과 세출을 정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 측면이 있다"며 "세입추계를 현실에 맞게 보수적으로 하고 그에 맞춰 세출을 잡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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