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지표가 바닥을 드러냈다. 기업 실적, 환율, 중국 경기 등 주요 지표가 저점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하반기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살아나면 국내 증시 역시 하반기에는 박스권을 뚫고 반등의 서막을 걷어낼 가능성이 크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대신증권에 의뢰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모아보니 실적, 환율, 중국 서프라이즈 지수, 물가 등의 주요 지표가 최근 저점 수준으로 내려와 반등하고 있거나 반등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외국인이 보는 한국 기업 이익 예상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신증권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3년 1월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12개월 후 한국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이번 달은 92로 내려앉아 저점 수준이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실적 전망은 앞으로 점차 밝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이번 달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SCI 12개월 후 이머징 아시아 예상 EPS'는 이달 103 수준으로 올라와 예상치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8~10월 외국인이 연속으로 국내 시장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상승한 시점을 보면 한국의 12개월 후 예상 EPS가 바닥(98)으로 떨어졌을 때였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떨어져 있어 반등을 예상하는 외국인의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상반기 주가와 실적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머징 아시아 지역의 이익 예상치는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한국 증시로 하반기에는 눈을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ㆍ달러 환율 역시 더 이상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오 팀장은 "상반기 경상수지와 금융수지가 정상적이었지만 지난해 말 원화 약세 심리가 매우 강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였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가기는 힘들고 서서히 상승하면서 수출 기업의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그 증거로 경기 선행지표의 성격을 띠는 중국 서프라이즈 지수가 5년 만에 최저점을 찍은 후 플러스권으로 올라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 서프라이즈 지수는 중국 경제 지표를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는 지표로 플러스면 실제 지표가 전망치보다 좋고 마이너스면 나쁨을 의미한다. 올해 4월 말 중국 서프라이즈 지수는 5년 만에 최저점인 -134.3을 기록했고 6월23일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4월 말 수출 지표가 개선되는 등 중국 지표 개선이 눈에 띄자 현재는 7.5까지 올라와 플러스권에 진입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중국과 한국을 묶어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 서프라이즈 지수가 최저점을 찍고 플러스권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은 한국 증시에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 영향으로 국내 증시는 7~8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중국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바닥권에서 반등하고 있어 기업 마진 개선도 기대된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올랐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1%, 일본은 3.2%, 중국은 2.4%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기업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이날 주가도 박스권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스피지수는 포르투갈 리스크 완화로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에 베팅하기 시작하면서 전날보다 0.94%(18.84포인트) 오른 2,012.72포인트로 마감했다. 포르투갈 이스피리투산투은행의 모 회사 이스피리투산투인테르나티오날(ESI)의 채무 상환 문제가 포르투갈 전체와 유로존 금융 시스템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무디스의 분석으로 국내 증시 역시 우려감을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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