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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지만… 靑 뜻 거스르면 여지없이 '뒤탈'…

바짝 엎드린 군·정·관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불편을 끼쳤다가 뒤탈을 겪게 된 일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나 군(軍) 수뇌부, 종교계 지도자, 심지어 집권당 대표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와대의 뜻에 반해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방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예비역 장성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무릎기도'를 인도했던 길자연 목사,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 대통령에게 불편을 줬던 주체들이 공교롭게 곤란을 겪게 된 사례에 대해 청와대는 우연일 뿐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6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 각 부처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진행하는 일들을 일일이 청와대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지난달 25일 법인과 단체가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고 선관위가 이를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따라 정당에 나눠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후 청목회 사건처럼 '후원금 쪼개기'가 논란이 되자 이를 양성화하자는 게 선관위의 논리였지만 청와대는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취지의 정치자금법을 선관위 안처럼 수정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에 대한 청와대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불쾌하다"며 반발했으나 청와대의 거듭된 압박에 이달 4일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철회함으로써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망신을 자초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국방부가 주최한 국방개혁안 설명회에서 일부 예비역 인사가 "군을 모르는 몇몇 인사가 군 전체를 흔들고 있고 군 통수권자도 이에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고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비공식 라인을 통해 "군복을 입고 있는 현역이 국방개혁에 반발한다면 옷을 벗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항명'으로 간주하겠다는 격한 말까지 내놓았다. 이후 군은 한껏 자세를 낮춘 채 숨을 죽이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길 목사를 칼빈대 총장에서 해임시킬 것을 학교법인이사회에 요청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교과부는 "1월 칼빈대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교원 채용과 승진 등에서 10여건의 위법 사례가 드러났다"며 지난달 31일 길 총장을 해임하고 이사장 및 이사 전원에게 경고조처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칼빈대 법인 이사회에 통보했다. 칼빈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설립한 학교로 1997년 4년제 대학으로 개교한 뒤 교과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 목사는 지난달 3일에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 대통령 내외에게 '무릎기도'를 제안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안 대표는 올해 초 청와대와 사전조율 없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부적격 입장을 나타내 이 대통령과 한동안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가 결국 삼청동 안가에서 가진 당청 만찬회동에서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제가 다 잘못된 일"이라며 "심기일전해 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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