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박 대통령이 쇄신의 승부수로 띄운 '이완구 총리 카드'마저 청문회를 거치며 크게 훼손된 마당에 내각의 인적 개편은 대통령의 혁신의지를 가늠할 지표나 다름없었다. 오죽하면 개각을 앞두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을까. 이런 판국에 교체 장관이 4명뿐이라면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국정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까지 설 연휴 이후로 미뤘다. 이래저래 합격점을 받기 어려운 '2·17개각'이다.
그러나 개각의 폭만으로 국정쇄신 의지를 판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을 아무리 많이 바꾼들 장관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정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각 부처 장관들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해 국민의 안전과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내각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가능한 변화다. 국정의 소통라인을 회복하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일에 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책임총리제 실현을 공약했고 지난해 정부 조직개편 때도 총리의 국정 총괄운영을 다짐했다. 그러나 언제나 책임행정은 말뿐이었다. 여전히 공무원의 골프 해금(解禁)까지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파악해야 할 정도로 장관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볼 뿐 소신도 권한도 실종된 상태다.
왜 우리 정부는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에 그토록 무능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책임행정 부재 탓이 크다. 국민의 90%가량이 경제불황을 체감하고 있는데 이렇다 할 처방전 하나 내놓지 못하는 것도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운영의 한계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각 부처 장관들이 제대로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게 된다면 '이완구호' 첫 내각에는 당장 전면개각 이상으로 혁신의 기운이 감돌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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