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농장·현대百 가보니<br>농장서 송아지마다 개체식별번호 담긴 귀표 부착<br>올 6월부터는 휴대전화로도 원산지 파악 가능<br>"소비자 신뢰 제고로 한우 경쟁력 한층 높아질 것"
지난해 12월29일 충남 서산시 현대서산농장의 산후조리방. 엿새 전에 태어난 수송아지 한 마리가 보온시설에 웅크리고 앉아 옆에 서있는 어미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화가들의 성 모자(聖 母子) 그림 같은 평화로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산후조리방에 귀표와 부착기를 든 농장 직원 두 명이 나타나면서 어미소와 송아지의 평화로운 그림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농장 직원들은 우선 어미소를 멀리 떨어진 옆 방으로 격리시켰다. 송아지에게 귀표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어미소가 송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송아지 귀에 귀표를 달았다. 기축년 소띠 해를 앞두고 태어난 송아지에게 '주민등록증'이라 할수 있는 귀표가 발급된 것이다.
이 송아지의 개체식별번호는 '002 0325 1747 0' 12자리다. 개체식별번호와 바코드에는 소의 생년월일은 물론 사육자, 사육지, 암수 구분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식별번호는 왼쪽 귀에 붙은 노란색 귀표와 오른쪽 귀에 붙은 단추형 귀표 2군데에 표시된다. 농장 자체 일련번호가 적힌 주황색 귀표까지 송아지의 양쪽 귀에는 모두 3가지 귀표가 부착된다.
지난해 12월22일부터 전국의 모든 소를 대상으로 이력추적제가 실시됨에 따라 새로 태어난 송아지는 생후 30일 안에 지역 축협에 출생신고를 하고 개체식별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이날 송아지의 귀에 달린 귀표는 생후 30개월이 돼 도축장에 가게 되는 2011년 6월까지 떨어지거나 분실하지 않아야 한다. 임종근 현대서산농장 축산팀장은 "한우가 수입 쇠고기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력추적제 확대 실시는 한우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부터는 이력추적제가 사육 단계에서 유통 단계까지 확대돼 백화점, 대형마트, 정육점 등은 쇠고기 부위별로 개체식별번호를 표시해 판매해야 한다. 귀표가 없는 소들은 아예 도축장에 들어가지도 못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은 구매 현장에서 휴대전화(6626+무선인터넷 버튼)나 인터넷(www.mtrace.go.kr)을 통해 쇠고기의 원산지와 등급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소의 사육, 도축, 가공, 판매 단계별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한우를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같은 날 저녁 현대서산농장에서 자란 '화식한우'가 판매되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정육코너에는 진열된 한우의 개체식별번호가 터치스크린에 표시돼 있다. 터치스크린의 식별번호를 손으로 누르자 2006년 4월19일 서산농장에서 태어나 지난해 12월22일 충북 청원군 한국냉장에서 도축됐다는 정보가 나타난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했다. 신현구 현대백화점 생식품팀 차장은 "가공공장에 협력사별로 작업장을 구분하고 매장 진열 접시에도 협력사 명을 부착하는 등 쇠고기 '출신 구분'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이력추적제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면 한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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