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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피해 中企 금융지원 '삐걱'

파생상품 거래정보 공유 못해 손실규모 파악·대상기업 선정 애로<br>"정보공유 법제화로 피해 최소화를" 목소리 높아


키코(KIKO) 등 통화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바람에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마련된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이 삐걱거리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대상 기업의 등급을 매기려면 해당 기업의 여신은 물론 키코 등 각종 통화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 내역과 손실 규모를 파악해야 하지만 현행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장외 거래상품은 정보 공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에 필요한 보증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은 물론 은행 등도 파생상품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패스트 트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중기를 지원하기 위한 채권단의 프로그램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AㆍBㆍCㆍD 등급으로 나눠 부실 징후가 없는 AㆍB 등급 업체에는 만기연장, 신규자금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다. 반면 부실 징후가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C등급은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D등급은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원, 파생정보 공유 요구에 난색=금감원은 올들어 환율 급등으로 중기가 가입했던 키코 등 통화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수조원대로 늘어나자 은행권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 개별 기업들의 파생거래 내역을 파악하고 있다. 은행권과 보증기관은 “지원대상 기업 선정 과정에서 파생거래 정보가 필요하다”며 금감원에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현행 법에 따라 정보 제공이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중기 보증 지원을 위해 지난 10월 중순 파생거래 내역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금감원에 보냈다. 하지만 신보는 한달 가까이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한 상태다. 채권 은행들도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다 거래 기업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에 알려줄 경우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 등의 이유로 정보 제공을 꺼리는 형편이다. 패스트 트랙을 주관하고 있는 채권은행협회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지원 대상 기업의 금융회사별 파생거래 내역을 알 수가 없어 중소기업들에 제때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거래 정보공유 법제화해야=‘신용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을 포함한 모든 고객의 대출 등 금융거래 정보는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집중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이 전산망을 통해 특정 기업의 총체적인 금융거래 정보를 빠짐없이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키코 등 파생거래 정보는 기업 등 거래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다른 금융회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환율급등에 따라 중기에 수조원대의 손실을 끼친 키코 사태는 수출물량에 대한 환헤지 차원을 넘어 환 투기를 목적으로 여러 은행을 상대로 과도한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하는 바람에 빚어졌다. 키코ㆍ스노볼 등 무리한 통화파생상품 투기는 금융시장 급변에 따라 해당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계약청산 과정에서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만큼 다른 여신 정보처럼 금융회사 간의 거래정보 공유 법제화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은 키코 등 옵션 사태가 불거지자 뒤늦게 3일부터 은행연합회 내에 ‘파생상품 거래정보 집중ㆍ공유’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 시스템은 신규 파생 거래부터 적용되는데다 현행법상 거래 기업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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