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다'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 박정우의 두번째 영화 연출작이다. 박정우는 특별히 부각되기 어려운 시나리오 작가라는 자리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작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등 그가 써낸 시나리오들은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관객의 스트레스를 통쾌하게 날려주는 대사로 줄줄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쏜다'는 그런 그가 첫 감독 데뷔작 '바람의 전설'의 부진을 딛고 다시 한번 연출에 도전한 영화. 전작과는 달리 이번 영화 '쏜다'에는 시나리오 작가시절 박정우의 히트작의 모습들이 많이 투영돼 있다. 영화는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라이터를 켜라'처럼 강하고 거칠지만 때론 순박하고 멍청한 구석까지 있는 남자들의 모습을 속도감 있는 이야기에 담았다. 평생 준법정신으로 무장한 채 착하고 성실하게만 살아온 박만수(감우성). 그러던 그에게 어느날 불행이 한꺼번에 닥친다.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뻣뻣하게 살아온 그에게 직장 상사는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고, 이와 동시에 그의 아내는 재미없고 무뚝뚝한 그에게 이혼을 선언한 것. 한꺼번에 인생이 나락에 떨어진 박만수. 술에 한껏 취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절망에 빠져 생전 처음으로 법을 어기며 파출소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그 곳에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교도소에 가고 싶다"며 난동을 부리는 양철곤(김수로)를 만난 만수. 그곳에서 양철곤은 박만수에게 "노상방뇨는 구속거리도 안 된다"며 도망가라고 부추기고 꼬드김에 넘어간 박만수는 얼떨결에 파출소에서 도망친다. 그런데 이 작은 도망극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고 급기야 만수가 다혈질 경찰 마동철(강성진)의 총까지 빼앗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 둘은 졸지에 무장탈주범이 된다. 작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결국 주인공들의 삶 전체를 뒤바꾸게 되는 전형적인 박정우식 스토리.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한꺼번에 실타래 풀 듯 풀어낼 줄 아는 감독의 필력만큼은 아직도 여전하다. 때문에 영화는 여전히 속도감 넘치고 강렬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속에는 '라이터를 켜라'등 감독의 시나리오 작가 시절 작품들이 가졌던 특유의 꼼꼼함 자연스러운 이야기 진행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 군데군데 노출되는 억지스러운 설정들과 이야기진행, 지나치게 희화화된 감이 있는 주인공 캐릭터들과 사건을 키우기 위해 등장시킨 형사 캐릭터의 억지스러움 덕분에 영화의 현실감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현대인의 아픈 현실을 소재로 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페이소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인물들을 영화에 담아냈다면 작가 특유의 필력에 맞물려 좀 더 속깊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배우들의 중량감에 걸맞게 좋은 수준. '왕의 남자'이후 첫번째 영화 출연인 감우성은 특유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대신 소심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줬고, 김수로 역시 코믹하면서도 때론 진지한 인물인 철곤을 안정감 있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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