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잘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데 정부 말만 듣습니까."
허태열(사진) 국회 정무위원장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저축은행 피해자를 정부가 직접 구제하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좌절된 직후인 지난 28일 그의 입에서는 정부와 여야 지도부, 언론을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허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잘못은 책임지지 않고 뒤에 숨어서 반대논리만 설파한 결과"라면서 "여론 역풍을 알면서도 법을 통과시킨 정무위 여야 의원의 고뇌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80%가 60대 이상이고 중졸 학력의 서민이라 저축은행을 상대로 4~5년이 걸리는 소송을 통해 보상받기 어렵다"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책임을 인정한만큼만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것"이라고 법 취지를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저축은행 감사로 들어가는 등 금융당국의 잘못이 원인인 만큼 책임을 정부가 지라는 논리다.
그는 5,000만원까지만 보상하는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에 대해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의 최고 55%까지만 보상하고 정부의 보상심의위원회가 연령과 학력ㆍ재산상태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정한다"고 반박했다. 고위험 고배당 상품인 후순위채까지 보상한다는 비판에 대해 "은행 창구 직원이 후순위채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거나 이를 숙지하기 어려운 고령의 저학력 예금자만 해당하며 전체 후순위채의 약 10~20%"라고 설명했다. 또 부실 저축은행 18개 가운데 부산 지역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11개 은행만 보상지원을 받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다른 저축은행은 파산 배당을 통해 55% 이상을 받기 때문에 추가 보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시킨 특별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의 반대에 밀려 좌초됐다. 27일 열린 법사위에 그는 직접 나가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민주통합당의 박지원ㆍ박영선 의원에게 "정부 여당도 합의하지 못한 것을 왜 가져왔느냐" "저축은행의 로비를 받은 것은 여권 아니냐"는 쓴소리만 들었다.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금융업계와 일반 국민 중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까닭에 정치권도 돌아선 것이다. 허 위원장은 "야당 원내지도부는 저축은행법을 통과시킨다고 했다 여론이 몰매를 때리니 책임을 안 지려고 회피했다"면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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