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키운 회사가 매각된다는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벤처기업을 자유롭게 매매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합니다."(다비드 헬러 버텍스 대표)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사인 마그마의 야할 질카 대표와 버텍스의 다비드 헬러 대표는 7일 한국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나아갈 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대표는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이날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벤처투자포럼'에 참석했다가 서울경제신문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질카 대표는 이스라엘의 발굴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라고 주문했다. "인구가 700만~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작아 필연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벤처캐피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스라엘처럼 해외에 나가 기업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에 버금가는 지적재산권 투자 국가"라며 "혁신적인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의 연간 지적재산권 투자규모는 20억~25억달러로 이는 유럽 전체 투자액인 5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헬러 대표는 "인수합병(M&A)에 대한 인식을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 기업가들은 자신이 세운 회사에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며 특유의 '정(情)' 문화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벤처인들은 회사를 자식처럼 여기기 때문에 M&A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자신이 키운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양국 벤처생태계의 차이를 지적했다. M&A시 두뇌유출을 우려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 벤처기업 3곳이 삼성에 인수됐지만 이 벤처기업가들은 모두 매각 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며 "벤처기업의 매매과정은 투자 선순환의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벤처 창업을 권장하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헬러 대표는 "이스라엘도 요즈마펀드 도입 이전에는 한국과 같이 대기업 위주의 연구개발이 이뤄졌다"며 "한국도 요즈마펀드와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카 대표는 "이스라엘에서는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Chief Scientist)실이 신생기업 투자금의 50%를 분담해 리스크를 부담한다"며 "민간의 자율적 선택이 보장되는 선에서의 정부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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