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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자] <3> 프리미엄 서비스를 믿습니까

탄탄한 AS가 평생고객 만든다<br>인지도·가격·품질만으론 '글로벌 강자' 한계<br>델·외산가전업체, AS 뒤쳐져 국내소비자 외면<br>현대車는 사후관리 강화로 美서 재기 성공


국내 외산가전업계의 추락. 세계적 PC업체 델(Dell)의 위기.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두개의 사안들에는 ‘애프터서비스의 실패’라는 공통분모를 갖고있다.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도 국내 가전시장은 필립스 등 외국업체들의 전쟁터였다. 면도기 등 소형가전에서부터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대형가전제품에 이르기 까지 이른바 품질 좋은 고가 제품 시장은 외산가전 일색이었다. 10년 가량 흐른 지금 외산가전의 국내 시장 평균 점유율은 5%를 넘지 못한다. 품질의 차이도 차이지만 결정적인 영향은 애프터서비스의 변별력.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사들이 애프터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뒤쳐지는 외산가전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3의 경쟁력은 AS’= 글로벌 강자로 살아 남으려면 단순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 전략만으로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때 혁신적인 가격파괴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20%대를 웃돌며 세계 PC시장을 호령했던 델. 올 3분기 이 회사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3년간 최저치인 1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PC업계 한 전문가는 델이 이처럼 추락한 것에 대해 “유통비용 축소에만 매달린 나머지 애프터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외산가전이 맥을 못 추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고품질 AS경쟁’이 펼쳐졌던 2000년대초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전기밥통(삼성전자)을 구입해 1년정도 사용하다가 고장이 났다. 당시 삼성전자는 고객이 흡족해 할 때까지 고품질의 AS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아니면말고 하는 심정으로 수리를 요청했더니 AS요원이 집까지 찾아와서 손을 봐줬다. 고장 부위가 컸던지 회사로 가져가서 3일쯤 뒤에 깔끔하게 고쳐서 보냈다. 이정도만으로도 ‘삼성전자가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며칠 뒤 ‘AS내용이 맘에 들었느냐, AS요원이 공손했느냐’는 등의 전화문의가 왔다. 한마디로 고객이 감격하는 수준까지 AS 품질을 높였더라. 이후 왠만하면 가전제품은 국산을 고집한다.” 일산에 사는 가정주부 Y씨(41)의 경험담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라= 지난 9월 27일자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경제섹션 1~2면에 걸쳐 현대자동차의 눈부신 변신을 대서특필했다. 기사의 요지는 수년전까지만해도 미국 토크쇼에서 조롱거리였던 현대차가 우수한 품질의 세계적 자동차업체로 부상했다는 것. 실제로 현대차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마의 벽으로 알려진 시장점유율 3%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부르몽의 악몽’으로 불리는 지난 1993년의 캐나다 부르몽 공장 폐쇄 이후 불과 12년만에 북미시장에서의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한번 퇴출당하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미국 자동차시장. 프랑스의 르노차만 해도 50여년전부터 1991년까지 총 4차례의 미국 진출이 모두 실패하자 현지 직접 진출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재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있다. 강력한 사후 고객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한 번 자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을 평생의 단골로 만드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취임 2년여째만인 2000년 미국에서 ‘현대차 10년ㆍ10만 마일 품질보증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는 현대차가 초기 품질은 물론 사후 품질 관리에서도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자신감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전략은 주효해 FT 역시 현대차가 정 회장 취임 이후 ‘10년ㆍ10만 마일 품질보증 서비스’ 등을 통해 판매대수를 360%나 증가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력있는 AS요원 만들기= 올 6월 LG전자의 이사용 고객서비스부문장은 정광수 연암공업대학장과 산학연계 조인식을 맺었다. 연암대에 LG전자를 위한 애프터서비스 엔지니어 육성 교육과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다. 산학협력 확대의 이면에는 글로벌 마케팅 강화를 위한 LG전자의 전략이 담겨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출의 80%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실시간에 가까운 현지 애프터서비스 능력이 담보돼야 한다”며 “이에 따라 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졸업 즉시 글로벌 시장으로 투입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 같은 맞춤식 교육을 개설한 대학은 현재까지 국내 총 9곳. LG전자는 고객서비스 부문의 연간 신규 엔지니어 채용인력 900여명중 대부분을 이들 맞춤식 교육 과정 이수자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살아남은 기업들은 단순히 품질이나 가격, 브랜드 경쟁력 확보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며 “탄탄한 애프터서비스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평생의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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