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속에 고등교육을 받은 산업인력들이 산업화를 주도했고 교육은 경제적ㆍ사회적 신분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역할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부자 학생과 가난한 학생에게 똑같은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이 된 지 오래. 계층 상승을 위한 '교육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교육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따라서 심각한 양극화로 한계를 드러낸 현재의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인간적 자본주의에 걸맞은 바람직한 교육모델로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교육제도가 꼽힌다. 북유럽 국가들은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학생들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학교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학생들이 초ㆍ중등학교 때부터 각자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일반학교와 직업학교로 나눠 철저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기업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해 전문기술을 학생들에게 전수, 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산업 특성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들의 고졸 채용 확산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고졸 인재 100여명을 정규 사무기술직으로 별도 채용했다. 올해 1월 입사한 이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자체 교육기관인 '중공업 사관학교'에서 기본 소양교육과 어학교육ㆍ실무교육 등을 받고 조선ㆍ해양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방안은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 등으로 일반대학 진학이 어렵거나 진학 이외의 다른 경로를 찾던 고등학생들에게 취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유럽 등 해외출장을 다니다 보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기업 내 자체 육성과 실무능력 배양을 통해 석ㆍ박사 이상의 실력을 보유한 인재들이 많아 놀라곤 했다"며 "이런 우수 인력을 조기 확보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과 산업은행 등 금융권, 롯데ㆍ한화ㆍCJㆍSTX 등 일반 기업들에서도 고졸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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