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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이즈 와이드 셧'

영화평 '아이즈 와이드 셧'흰 피부와 금발, 미끈한 허리와 다리, 석고조각상 같은 완벽한 몸매의 여인이 부드럽게 드레스 어깨끈을 내린다. 에로틱 판타지를 주기에 충분한 이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훔쳐보는 데서 「아이즈 와이드 셧」은 시작한다. 인류문명에 대하여,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대한 깊은 통찰의 시선으로 스크린을 장악해 온 스탠리 큐브릭의 마지막 영화는 『질끈 눈을 감을』(아이즈 와이드 셧의 뜻)의 정도로 광포한 우리 내면의 강렬한 성적 욕망을 뉴욕 상류사회의 이상적인 커플을 통해 탐구해간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성적 욕망을 통제하면서 마치 그것이 없는 것인양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내면 속에 깃든 성적환타지는 때로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 속에서 억압당하고 있다. 바로 그 간극, 그런 충돌과 모순의 지점을 큐브릭의 카메라는 냉정하게 탐험해나간다. 젊고 잘 생긴 전문의 빌(톰 크루즈)은 많은 여성환자들을 상대하지만 자신의 성적 욕망을 통제하면서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평온한 가정을 유지한다. 그런 빌에게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부인 앨리스(니콜 키드먼)는 뭔가 위선적인 이 부부관계에 불을 지르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언젠가 우연히 호텔에서 마주친 미남 해군장교를 보면서 일생을 걸어도 좋을 환상적인 섹스를 그와 하고싶다는 욕망을 가졌노라고. 아내의 성적 판타지는 빌에게 큰 충격이 되고 지금까지 굳건히 가둬 두었던 그의 성적 판타지가 풀려 나가도록 자극한다. 그런 빌에게 주위의 온갖 것들이 성적인 자극과 성적 판타지로 다가온다. 숨진 환자의 딸의 유혹, 매춘부와의 섹스 시도, 은밀하게 거행되는 상류층의 컬트적인 난교파티… 사회적,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은 이 성적 판타지의 도취는 빌에게 욕망으로서의 세계를 보여준다. 결혼이란 한때 사랑에 빠졌던 둘만의 영원한 사랑으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순되게도 다른 이에 대한 성적 욕망을 실천하지 않는 사회적 맹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부부가 그런 욕망을 감출 수는 있다해도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는 없다. 빌과 앨리스가 속한 상류사회는 겉으로 보기에 교양과 도덕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남편을 꼬시는 모델과 아내를 꼬시는 헝가리 비즈니스맨의 적나라한 모습으로 연결된다. 이런 유혹을 이기고 집에 돌아온 부부는 결국 마약을 사용하면서 환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아내의 성적 판타지에 가위 눌린 빌이 하룻동안 악몽처럼 겪는 성적 판타지의 체험은 스릴러처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을 성적 욕망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마침내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와 이 모든 유혹으로부터 살아남은 자신을 자축한다. 정상과 비정상, 도덕과 타락, 그 사이에서 곡예를 하듯이 균형을 잡는 인간의 모습은 숭고함과 타락을 결합시킨 난교파티의 우아한 미장센처럼 모순된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기에 노익장의 카메라는 우리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영화란 인간의 성적 욕망의 위대한 판타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유지나(동국대교수, 영화평론가)입력시간 2000/09/25 18:3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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