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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여의도공원에 가보자

내가 근무했던 국토개발연구원은 예전에는 여의도광장에 면한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일하다 피곤하면 창밖을 내다보았다. 넓고 스산한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휴일이면 광장은 자전거타는 사람들로 붐벼서 제법 활력이 돌았다. 그러나 평일에는 황량한 광장에 적막감마저 돌았다.회색빛의 아스팔트가 나는 싫었다. 피곤한 눈으로 내려다 보면 답답한 기분이 더해졌다. 이 회색의 광장은 군사문화의 유산이리라. 세계 어느 나라의 도시에서도 나는 이런 멋없는 광장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회색빛의 아스팔트를 녹색의 숲으로 바꾸자고 내 책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에 제안한 바 있다. 십여년 전의 일이다. 이 광장이 결국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지난달 문을 열었다. 마침 낙엽이 져가는 늦가을에 개장되어 아직 자라지 않은 나무들로 채워진 공원의 분위기는 기대에 비해 썰렁한 기분이 든다. 다 없애기 아까웠던지 중앙부분에 새로 만든 콩크리트광장이 제법 크다. 푸른 공원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녹색이 더 진하게 칠해져야 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멋을 내고 조경을 한다고 했는데 너무 인공적인 치장이 어울리지 않는다. 몇년 뒤 나무들이 충분히 자란다해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공원은 나무와 풀이면 된다. 구태어 꾸밀 필요도 없이 자연 그대로가 좋다. 조경을 한답시고 가해지는 인공적인 손길은 때때로 군더더기 같기만 하다. 우리 도시에 녹색이 자꾸 줄어든다. 서울에 시원한 공원이 몇이나 있는가? 북한산에 올라가 내려다 보면 서울시내에서 푸른 지역은 고궁뿐이다. 미군이 돌려준 용산 땅에 공원을 만든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 파크, 동경의 우에노공원 등 모두 그 도시의 오아시스다. 황량한 도시의 샘터다. 도시의 바쁜 생활에 쫓겨 공원을 자주 찾지는 못해도 뉴욕 시민들은 세트럴 파크가 거기 있음으로 해서 메마르지 않고 허전하지 않다. 그래서 센트럴 파크에 면해있는 아파트는 공원의 나무가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왕 만든 김에 더 손질을 하자. 여의도 공원을 고수부지와 연결하여 다듬는 것이다. 공원 양 끝의 교차로는 입체화하여 여의도공원과 고수부지를 연결시킬 수 있다. 현재 주차장 정도로 쓰이는 고수부지를 잘 단장하여 여의도 공원의 여백으로 하자. 예전에 땡볕의 아스팔트에서 타던 자전거코스를 이제는 숲을 따라 돌고 자연스레 고수부지로 나와 물을 따라 흐르는 길로 만들자. 여의도공원에 한번 찾아가보자. 아쉬운대로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다. 李建榮(전 건설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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