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6일 새벽4시30분. 알리바바그룹 홍콩 사무실에는 잭 마 회장 등 최고위급 임원 4명이 모였다. 그들은 미국 주식시장이 폐장하자 샴페인 터뜨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340쪽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 보내는 e메일의 버튼을 눌렀다.
4개월 후인 오는 19일 알리바바의 첫 거래가 시작된다. 전 세계 증권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IPO이자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인터넷 독점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이 인터넷 세상을 양분하는 이른바 'I2(Internet of 2)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정보기술(IT) 후발주자인 중국은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미 PC 시장의 1등, 통신장비 시장의 2등을 차지했고 스마트폰과 전자상거래·게임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규모에서는 이미 미국 기업을 앞질렀다. 알리바바의 올해 거래 건수는 1조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아마존과 이베이의 건수를 더한 것보다 많다.
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신생사인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게임 점유율도 한국을 앞서는 등 IT 전 분야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후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생태계 구축으로 글로벌 시장을 점차 넓혀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과 화교라는 두터운 고객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충분히 넓혀나갈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미국과 중국이 주요2개국(G2)으로서 정치·경제 측면에서 세계질서의 두 축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두 세력이라는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혁신기술을 연구하는 CM리서치는 알리바바가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50조원의 자금확보가 가능하고 그 자금으로 상당한 기업들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야후는 물론 스냅챗·로큐·라이언게이트·아카마이 등을 M&A 대상으로 꼽았다.
사이러스 메와왈라 CM리서치 이사는 "알리바바는 상장을 통해 미국의 최고기업 못지않은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며 "애플이나 구글처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인터넷 에코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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