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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는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중심인 돈이라는 것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피에타를 통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영화 피에타를 통해 김기덕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다. "영화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온도를 표현하는 것"이라 말하던 김 감독은 자신의 열여덟 번째 작품에 극단적 자본주의 속에 있는 잔인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옮겨온다.
영화의 주 배경은 청계천. 한국 산업화의 명암을 안고 있는 곳, 재개발로 곧 역사 한편으로 사라질 공간을 스크린으로 옮겨오고 싶었다는 감독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애환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는 한 장애인이 철공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악랄한 사채업차 이강도(이정진)라는 인물의 삶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어느 날 이강도 주위에 한 여인(조민수)이 나타난다. "이강도 미안해 널 버려서. 용서해줘 이제 찾아와서." 다짜고짜 자신을 어미라 고백하는 여자 때문에 30년을 악마새끼, 쓰레기, 인간 백정으로 불렸던 잔인한 남자 이강도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나 냉혹히 내치기만 했던 여자로부터 어느새 엄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솟아나고 강도는 서서히 변화한다. 엄마라는 여인의 품속에서 이강도는 구원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마라는 여자와 이강도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내 관객은 또 다른 불편함과 마주하게 된다. 속죄를 위해 선택한 이강도의 최후를 바라보며 이내 가슴은 먹먹해진다.
영화는 김 감독의 전작에 비해 잔혹함의 강도는 낮아진 편이다. 그러나 김 감독 특유의 색깔은 여전히 내재돼 있다. 기계로 신체를 절단하는 모습, 노부모 앞에서 채무자를 사정없이 구타하는 모습 등에서는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그 불편함조차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묵직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돈이 무엇인가요?"
"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 사랑도 복수도."
영화는 가족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 구조로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에 의한 사회의 비극을 담아낸다. 돈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옥으로 만드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김 감독. 그는 비극에 내던져진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공범이며 결국 신이 자비를 베풀기를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라고 말한다.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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