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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4> 충돌하는 신구세대

'兪씨 死因' 믿는 60대와 못 믿는 20대… 가치관 교집합 실종

정치·정책서 사회 인식까지 세대간 '극과 극'

급변하는 산업·정보화로 서로 이해 시간 부족

취업 등 한정된 파이 놓고 대립 땐 경제 발목


지난달 28일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500명에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조사 결과를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결과는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20대에서는 75.1%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한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26.8%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60세 이상에서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오히려 42.2%로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는 일자리·연금·부동산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서 첨예한 인식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아온 시대가 다른 만큼 세대 간 인식차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산업·민주·정보화 등 사회변화를 단기간에 경험한 만큼 세대 간 이해할 시간이 부족해 세대 갈등이 유난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이 과거의 '이데올로기' '계급'에서 앞으로는 '세대'로 진화할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치·사회 모든 분야서 따로국밥=세대 갈등이 가장 첨예한 분야는 정치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현재 직무수행 정도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대에서 19%에 그친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무려 78%에 달했다. 7·30 재보궐선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나라 장래를 위해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20대에서는 34%에 불과했지만 60세 이상에서는 70%에 달했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차이가 뚜렷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조사에서 이혼 문제에 대해 1989년 이후에 태어난 응답자(후기정보화 세대)의 51.3%가 "이유가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반면 1953년 이전에 태어난 응답자(산업화 세대)들은 16%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후기정보화 세대의 38.1%가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산업화 세대에서는 비중이 9.1%로 급감했다.

◇급속한 사회변화로 상호이해 시간 부족=한국 사회에서 이같이 세대 갈등이 뚜렷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속한 산업·민주·정보화를 꼽는다. 선진국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다양한 세대가 이를 공유하고 천천히 소화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우리는 그런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상돈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세대구분이 산업화 세대 15년, 베이비붐 세대 9년, G세대(1988년 올림픽 전후의 출생자) 6년으로 짧아지고 있다"며 "이후 X세대·Y세대·N세대 등 급속히 변한 반면 미국은 세대별 구분이 대체로 15년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급변했고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상호이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세대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이명박 정부에는 사회통합위원회라는 갈등조정기구가 있었지만 계급·빈부 갈등 등만 다뤘을 뿐 세대 갈등은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사회 갈등을 터부시했다"고 꼬집었다.

세대별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엇갈리는 데 대해서도 노년 세대는 고속성장을 경험하며 정부와 보수당에 호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이런 과실을 맛보지 못한 채 취업난, 과도한 복지비용 지출 등 어려움만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매체가 다른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컨대 60세 이상은 비교적 컴퓨터·스마트폰 등에 익숙하지 않아 유력 보수 신문을 주로 접한다. 반면 20대는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수시로 접하고 즉각 반응한다. 습득하는 정보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니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계층 갈등 넘어 세대 갈등 시대로=노대명 기초보장연구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이념 갈등, 계층갈등 시대를 지나 앞으로는 세대 갈등의 시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대별 인식차이가 첨예한 가운데 인구·경제구조상 작은 경제적 파이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잘 안 되고 어렵게 번 돈도 노인 복지비로 반납해 불만이 쌓이고 있다. 반면 노년층은 적은 연금과 복지비 부담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에 실망하며 양측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세대 갈등은 원활한 경제자원 배분을 가로막아 경제발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사회는 사회 갈등이 심한데 이것만 개선돼도 국내총생산(GDP)의 3~4% 상승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사회 갈등으로 매년 GDP의 3~4%가 깎이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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