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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김영현 소설집 `내 마음의 망명정부'

80년대 언젠가 「김영현 논쟁」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른바 김영현식 리얼리즘이 부르주아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왼쪽 진영 내부의 논쟁이었다. 짧은 세월같지만 그로부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김영현(43)의 문학에는 여전히 인간의 냄새가 난다. 어쩔수 없는 감상, 그것이 김영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김영현이 감상을 벗어던질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그의 새 소설집 「내 마음의 망명정부」(강 펴냄)에서 그 감상이 결코 창조와 변혁이라는 미덕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공감할수 있다.「내 마음의 망명정부」는 벌써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작가는 소설이 아닌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는 인사말에서 우선 이렇게 말했다. 『지난밤에는 또 악몽을 꾸었다. 정체가 불분명한 악령은 침대 밑과 벽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무서워서 아내를 깨워 아내의 등에 이마를 붙히고 겨우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고약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그는 지금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나 한 마리 새의 죽음에 지난 연대의 숱한 죽음을 겹치고는 자연과 생명의 긴 순환에 마음을 열어주는 표제작 「내 마음의 망명정부」에서 작가가 회환에만 빠져있지 않음을 눈치챌수 있다. 이 소설집에는 김영현 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민중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은 따뜻한 이야기이며 가슴 아픈 반성이기도 하고, 더욱 중요한 미덕은 빛바랜 청춘 속에서도 잊지 않고 간직해온 희망이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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