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정부의 계획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20조원가량 늘어나고 GDP 성장률은 2%가 추가될 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자 최강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의 FTA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농업ㆍ서비스업 등 국내 관련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득(得)과 실(失)=미국은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제품은 곧 전세계 시장에서 통한다. 미국은 현재 중동ㆍ남미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지만 주요 공업국과의 FTA 추진은 사실상 한국이 처음이다. 우리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ㆍ일본ㆍ대만 등에 앞서 미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추가로 FTA를 추진할 계획도 없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상품 점유율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한미 FTA는 이를 반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규범 및 제도ㆍ관행 등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더욱 가까워져 대외신인도 향상, 외국인투자 확대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장, 고용확대는 가장 가시적인 열매다. FTA로 공산품 관세가 완전 철폐될 경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대미교역이 711억달러 증가하고 생산은 단기에 3조3,000억원, 장기에 18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서비스업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고용창출이 두드러져 단기적으로는 17만개, 중장기적으로는 29만개가량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는 전통적 우방인 양국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외교ㆍ안보ㆍ국방 등에서의 일부 이견이 동맹간 균열로 비쳐졌던 것도 상당 부분 보완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을 제치고 동북아에서 가장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여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손실도 불가피하다. 가장 큰 피해는 농업 부문. 쌀을 개방에서 제외하고 전체 농업시장을 80%가량만 개방하더라도 당장 미국으로부터 농산물 수입이 2조원가량 늘어 우리나라 농업생산은 그만큼 줄어든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특히 곡물류 생산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유 및 낙농제품의 대미 수입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기업의 진출에 따라 국내 교육, 의료, 법률, 회계, 레저ㆍ관광 등 서비스업계의 충격도 적지않다. 한미 FTA는 서비스 부문 무역수지를 단기간에 18억달러가량 악화시킬 것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내다봤다. ◇향후 전망=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FTA 공청회를 연 뒤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한미 FTA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는 데 3개월이 걸리므로 본격적인 협상은 오는 5월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한미 FTA로 막대한 피해를 볼 농민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주요 변수다. 농민단체들은 FTA 협상 초기 단계부터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김황경산 전농 정책부장은 “가장 큰 피해를 볼 농민들과 아무런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FTA를 추진하며 농민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농업과 농촌을 파탄으로 몰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상시한마저 미국의 국내사정으로 1년도 채 남아 있지 않아 한미 FTA는 맞선만 본채 파경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