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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로 본 '뇌물경제학'

뇌물이 필요악?… 신뢰붕괴·시장기능 왜곡시키는 반칙!<br>일부 "경제 순환속도 빠르게" 옹호불구<br>"집단·연고주의 기반 강화시키는 패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문은 비단 최고위층의 권력형 비리를 떠나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뇌물’이 갖는 정치ㆍ경제적 함의를 되새기게 한다. 이른바 ‘뇌물의 정치경제학(bribenomics)’이다. 일부에서는 부패가 꼭 나쁜 것은 아니며 특히 관료사회의 경우 경직성을 완화시켜 경제를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뇌물의 역설’을 얘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같은 부패의 고리는 지난 고도성장기,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는 분명 ‘반칙’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뇌물이 가져오는 가장 큰 해악은 신뢰를 붕괴시켜 사회의 기회비용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정치적 부분에서도 집단주의와 연고주의 기반을 강화시키는 패악”이라고 규정했다. ◇계속되는 부패 사슬…왜 그런가=국제투명성위원회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42위, 2007년 43위에 이어 지난해에도 180개국 중 40위에 머물렀다. 지수도 10년 만점에 고작 5.6으로 투명한 나라(7점 이상)와는 거리가 멀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우리의 뇌물 스캔들은 정치인ㆍ기업ㆍ관료 등 3자가 얽힌 구조”라며 “권력은 돈을 필요로 하고 기업은 돈으로 권력을 사려 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감시기구가 완벽하지 못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위직 인사가 돈과 인맥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집권세력이 바뀌면 대통령이 직ㆍ간접으로 임명하는 고위직이 2만개에 이른다”며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돈이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말단 여직원까지 물갈이된다”며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자리까지 정치인 출신이 포진해 대통령 주변에서 인간사슬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관리들의 ‘한탕의식’이 발호하면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부패의 원인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규제를 풀기 위해 로비가 개입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오너가 결함을 지니고 지배구조도 튼실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통치권자와의 잘못된 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왜곡되는 자원 배분=뇌물의 정치경제학을 얘기하는 사람 중 일부는 “뇌물은 경제의 순환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A그룹의 한 해외 마케팅 담당 임원은 “비단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특히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언더 테이블 머니’가 필연적”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부패는 경제성장을 늦춘다고 입을 모은다. 뇌물은 일종의 세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기업으로서는 ‘음성적 준조세’인 셈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특혜를 얻거나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 하지만 뇌물 공여를 통해 보호의 장막을 만드는 만큼 결국에는 생산원가를 올리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상진웨이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패 정도가 싱가포르에서 멕시코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기업에는 20%의 추가 세(稅)부담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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