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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무원이 대통령을 속이는 법

[기자의 눈] 공무원이 대통령을 속이는 법 손철기자 정보산업부 runiron@sed.co.kr 정보통신부가 방송위원회와 합쳐져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는 광화문 KT빌딩의 옛 정통부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과거 정통부는 KT빌딩 중 정부 소유인 12~14층 이외에 11층까지 빌려쓰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빈축을 샀다. KT의 규제기관인 정통부가 10년 이상 KT빌딩 한 층을 같은 값에 빌려쓰며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로 대거 옮긴 정통부 소속 공무원들은 이참에 일부 인원과 공간을 구조조정하며 10년 묵은 과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방통위도 결국 KT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 배경을 추적해보면 공무원들이 물정 어두운 대통령을 어떻게 속이는지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방통위는 당초 KT빌딩 중 정부 지분이 있는 12~14층만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낙하산처럼 내려와 KT빌딩 12층을 쓰게 됐다. 방통위는 이상하게 13~14층과 11층(KT 소유)으로 나눠지고 KT 신세도 계속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12층 일부를 방통위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함께 쓰지만 방통위 청사관리담당자는 "얼마든지 합쳐서 12~14층만 쓸 수 있는데 영문을 모르겠다"고 전했다. 방통위 담당자조차 어이없는 청사 배치계획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에게 예산절약을 강조하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민간사무실 임대안을 반려하고 "국가 소유 건물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대통령의 불호령에 예산을 얻지 못한 경쟁력강화위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방통위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앉았다. 경쟁력강화위와 행안부는 그럴듯하게 대통령 눈을 피하고, 예산확보가 쉬웠던 방통위는 오해와 의혹을 사면서도 이에 동참하며 결국 KT의 품에 눌러앉았다. 이 대통령이 공복들에게 당부한 근검ㆍ절약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어지고 10년 된 골칫거리를 해결할 기회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 사정은 모르고 아랫사람들이 지시사항을 잘 이행했다고 흡족해 하고 있을 대통령을 보며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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