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내 새벽 4시 출근… 말과 함께 훈련<br>시속 60㎞ 뛰는 말에 “좀 더 빨리” 채찍질<br>“조교사 되는게 꿈… 공부도 계속하고 싶어요”
| 이애리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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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에 탄 이애리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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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영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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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에 탄 이신영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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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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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에 탄 이금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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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한국마사회는 85년의 한국 경마사상 최초로 여성 기수 5명을 뽑았다.
이후 2년간의 교육훈련생 기간을 거쳐 경주마 기수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 기수는 모두 7명. 전체 기수 142명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여성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격렬한 노동 강도를 감안하면 이 들이 한국 경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말 등에 올라타 자기 신장의 절반 만한 채찍을 휘두르며 준마를 질타하는 이 여걸들은 기자와 만나 발주기에 들어가기 전에 엄습하는 두려움을 이야기 했고, 간단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이야기하며 흥분했다. 또 말에 대한 애정, 지난한 훈련과 그들이 꾸고 있는 꿈에 대해서도 숨김 없이 털어 놓았다.
지난 99년 훈련생(경마교육원 20기)으로 들어와 현역 기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금주(30), 이애리(26), 이신영(26)기수를 22일 과천 한국마사회에서 만났다.
#알았으면 못했다
기수라는 직업의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과 중압감은 다른 직업과 비교될 수 없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도 도전하기 힘든 기수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된 동기였다.
-어쩌다가 기수가 될 생각을 했나요.
▦이신영-“말을 타는 기수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기수에 지원하기 전에 말을 구경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을 타고 나서야 무서운걸 알았습니다. 타기 전에는 경마 기수라는 것과 말을 탄다는 것이 두려울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금주-“저는 대학 다닐 때 승마수업을 받아 본 적이 있어서 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낙마라는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기수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됐지요. 떨어지니까 뼈가 부러지더라고요. 그걸 알게 되니까 말이 무서웠습니다. 말이 그렇게 까불고, 요동친다는 건 기수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거지요.
▦이애리- “저는 아버지의 권유로 기수를 지원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신문광고를 보시고 ‘여자기수를 처음 뽑는다는데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해서 지원했지요”
말이라는 동물은 온순하기는 하지만 워낙에 덩치가 큰데다, 막상 올라 타보면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와는 달리 높이가 2㎙이상 돼서 처음 타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애리-“아닌게 아니라 처음 타보니까 높이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마치 2층 옥상에 올라온 것 같았지요. 내가 처음 탄 말은 ‘다나오’라는 말이었는데 유별나게 컸어요. 그래서 더 더욱 겁이 났지요. 훈련을 받으면서 셀 수도 없이 낙마를 했어요. 물론 경주 중에도 떨어진 적이 있고요. 스타트 때 떨어진 적도 있고, 4코너에서 떨어진 적도 있어요. 그 이후로 한 동안은 4코너만 가까워지면 불안했어요”
▦이신영-“저는 경주도중 말 다리가 부러져서 내린 적이 있어요. 한참 달리던 중에 ‘뻑’하는 소리가 나서 속도를 줄여서 세웠지요. 처음에는 다리가 부러졌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수의사께서 ‘말다리가 부러졌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그말은 폐마 됐습니다”
▦이금주-“나도 말다리가 부러져 내린 경험이 있어요. 또 발주기에서 나오자마자 엎어진 적도 있지요. 사고 당한 후에는 한 동안 말을 타는게 두렵고 후유증이 남지요”
# 성차별은 없어요
어느 일터든 금기나 터부는 있게 마련이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21세기에 웬 성차별성 발상이냐’는 반론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여성에 대해 문호가 좁은 일터 일수록 이 같은 금기는 있어 왔다. 첨단 장비로 뒤덮인 함정이나 항공기를 운용하는 운송업체, 군대도 여성에 대한 문호를 최근에야 개방한 것을 생각하면 한국마사회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예전에 경마장에서는 여자들에 대한 터부가 심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경주로 안에 9홀 골프장이 있던 시절, 골프공이 주로로 들어와서 캐디들이 주으러 들어왔다가 기수들 눈에 띄면 혼이 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남자 기수들 사이에 여자 기수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금주-“네, 그런게 조금 있었지요. 교육생으로 들어온게 99년 6월이었습니다. 교육 받을 때는 잘해주던 분들이 시합에 출전하기 시작하니까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구습은 없어졌습니다”
▦이신영-“여자기수라고 특별히 잘 대해주지는 않습니다. 저도 남녀차별 없이 그냥 다 같이 잘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자 기수들 중에는 여자한테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애리-“한 남자선배는 ‘너하고 8번 경주해서 5번 졌다’며 ‘경주때 마다 투지를 불태우는 분도 있어요”
-새벽 4시에 출근해서 말을 훈련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잠이 모자라지는 안나요.
▦이금주-“사실 그게 제일 힘들어요. 말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는 시간이 새벽이라 그 때 훈련을 시키는게 효율적이래요. 그래서 휴무일인 화요일 빼놓고는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이신영-“기수들은 집에서 잘 때도 있고 숙소에서 잘 때도 있습니다. 새벽훈련 때문에 기수가 된 이후로 라이프사이클이 바뀌었어요. 9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TV에서 재미있는 것을 하면 늦게 자기도 하지요. 그래도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낮에 낮잠을 많이 자는 편이에요. 오전 9시까지 훈련하고, 오후에는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 놀이운동을 하거나 개인운동을 하기도 하지요”
-기수후보생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애리-“체력 테스트 하고, 면접 보고, 말에 올라타 균형감각 테스트를 했는데 어려운 건 없었어요”
-기수후보생 훈련과정은 기간이 얼마나 되지요.
▦이신영-“2년 동안 입니다. 저희 기수는 여자가 다섯 명이 들어왔는데 두 명은 중도에 나갔습니다. 힘들어서 포기한거지요”
-기수가 되기 전과, 되고 난 후 자신의 성격이나 태도 중에서 변한 점을 꼽아보세요.
▦이금주-“저의 경우는 참을성이 많아졌습니다. 대개들 성격이 조금씩은 변하는데, 성격이 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성적에 따라서 정서적인 부침이 심하니까요. 초를 다투는 직업인데 예민해지는 건 당연하지요”
이금주 기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신영 기수가 “지난해에 동료 기수가 훈련중 낙마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한 동안 기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었다”고 한 마디 했다.
-기수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애리-“성적 나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치 않고요. 그밖에 체중조절로 고생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이애리 기수의 말이 떨어지자 맏언니인 이금주 기수는 “나는 많이 먹어도 안찌는 편”이라고 했고, 이신영 기수는 “나는 살이 찌는 편”이라고 했다.
# 장래 꿈은 조교사
-그러면 평소에 체중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이신영-“보통 찜질방에 가고, 안먹으면 살이 빠져요. 그래도 평소에 정상 체중 보다 1㎏ 이상은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하지요. 매일 사우나도 하고… 체중 때문에 말을 못 타는 건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건데 그래서는 안되지요”
-남자친구는 기수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애리-“상금 타서 돈 많이 벌라고 해요”(웃음)
▦이금주-“제 친구는 다치지 말라고 해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반대하지 않고 배려해주는 편이에요. 하지만 경주를 보는 것은 불안하다면서 절대 보러 오지는 않아요”
-여러분은 여자의 몸으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수가 된 분들입니다. 어려운 고비를 뛰어넘어 펼쳐진 세상은 어떻던가요.
▦이애리-“좋아요. 우선 시간이 많거든요. 일찍 일을 시작하고 일찍 끝나니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기자가 “그러면 결혼 후에도 계속할 생각이냐”고 묻자, 이금주 기수는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대답했고, 이애리 기수는 “결혼한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신영 기수는 “결혼하고 나면 그만 두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다음 단계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신영-“저는 조교사가 되고 싶어요. 기수 보다는 안전하고, 경마장내에서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이금주-“저는 조교사를 하면서 계속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얼마 전에 석사과정을 마쳤는데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어요. 여건이 허락한다면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생각입니다”
-특별히 호흡이 잘 맞거나 애정이 가는 말이 있나요.
▦이신영-“저는 ‘특별관리’라는 말이 좋아요. 그 말을 타고 1등을 자주 해요. 견습 기수할 때 그 말을 탔었고, 41승을 올리면 정식 기수가 되는데 그 때도 그 말을 탔어요”
▦이금주-“제가 좋아하는 말은 ‘신상사’에요. 걔는 나에게 첫 승을 올려준데다,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은퇴하고 씨암말이 됐어요. 제주도 페가수스 목장에 있다고 들었는데…각설탕이 먹고 싶으면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도 했지요”
▦이애리-“교육생 시절 ‘위트마’라는 말이 있었는데 내 목소리를 알아들었어요. 이름을 부르면 콧소리를 냈지요. 그 콧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요. 아까도 잠깐 보고 왔어요. 지금은 훈련생들이 타고 있는데 장애물을 넘던 승용마였데요”
좋아하는 말 이야기가 나오자 당차기만 하던 그들의 얼굴에 여성의 향기가 배어났다.
또 자기들끼리 “새로 개봉한 영화 ‘킹콩’처럼 남자 친구가 자기를 사량해주면 좋겠다”고 수다를 떨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재잘거리고 밖으로 나가는 뒷 모습에는 채찍으로 준마를 다그치는 매서움 대신 그저 그 또래의 처녀들의 평범한 모습만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금주
76년 서울생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대학원졸
2001.7.6년 기수데뷔
이신영
80년 마산생
동아대 사회체육학과 휴학
2001.7.6 기수데뷔
2001년 마카오 국제수습기수 초청경주 준우승
이애리
80년 홍성생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재학중
2001.7.6 기수데뷔
싸이더스서 제작중인 경마영화 ‘각설탕’ 여주인공 임수정의 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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