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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RB-재무부] 금융개혁법안 합위
입력1999-10-15 00:00:00
수정
1999.10.15 00:00:00
◇합의 내용= 금융산업의 진입 장벽 해제에 대해 FRB와 재무부는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미국은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아놓고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못하게 했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 구시대의 장벽을 철폐하지 않으면 미국 금융산업은 세계 지배력을 잃고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진입장벽 해제를 주장해왔다. 재무부도 이에 공감했다.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이 무너지면 미국의 은행들은 증권·보험·부동산신탁 등 다양한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FRB는 지난해 상업은행인 시티코프와 보험·증권회사인 트래블러스그룹의 합병을 승인함으로써 법안 통과에 앞서 이미 금융업 장벽 해제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시티그룹의 보험사업에 대해 2년내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분리한다는 조건을 달았었다.
이날 합의에 가장 중요한 대목은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금융감독권을 나눠 가졌다는 점. FRB는 은행이 지주회사를 만들어 다른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되, 감독권은 중앙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은행이 은행내 사업본부 또는 별도의 계열사를 통해 신규업종에 진출하되, 재무부 산하 통화감사국이 감독권을 행사할 것을 주장했다. 현행 법률로 금융산업의 지주회사는 FRB에, 전국은행은 재무부에 감독권이 있기 때문에 두 기관은 이 조항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왔다.
합의안에서 FRB와 재무부는 서로 한발씩 물러섰다. 두 기관은 은행이 지주회사를 만들어 신규영업에 진출하든, 사업본부 또는 계열사로 진출하든 허용하기로 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FRB가, 사업본부 또는 계열사의 경우 재무부가 감독권을 각각 쥐기로 했다. 그러나 보험업과 부동산신탁업 등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운영하는 분야는 FRB가 감독권을 갖기로 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좀더 많은 감독권을 갖게 됐다. 보험업과 증권업 등에 대해선 주정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시를 동시에 받게 된다.
◇과정= 80년대 후반 미국 금융산업은 집단 도산의 위기에 직면했고, 일본 은행들이 미국의 자산을 대거 매입해도 미국은 이를 막을 돈이 없었다. 90년대초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금융의 힘이 유일한 무기』라며 금융 패권장악을 위한 전략 마련을 백악관에 건의했고, 91년 2월 미 재무부는 금융산업 체질 개선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92년 집권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대공황때 만들어진 규제위주의 금융관련 법률을 대거 뜯어고치고, 은행과 증권, 보험업무의 업종간 장벽을 해제함으로써 금융부문을 완전경쟁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법안은 FRB와 재무부의 대립으로 지연됐다. 의회는 FRB를 밀었고,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팽팽히 맞서왔다.
◇전망= 뉴욕 금융가는 FRB와 재무부의 합의로 법안의 의회 통과와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에 최대 걸림돌이 해소됐다며 환영했다. 월가에선 이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전략적 제휴가 진행돼 왔지만, 조만간 법안이 통과될 것에 대비, 은행들은 종합 금융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은행으로 하여금 흑인 등 소수민족과 저소득층에 대해 특혜 융자를 해주도록 하는 내용의 코뮤니티 재투자법이 제외돼 있다. 흑인 민권단체·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은행의 공룡화를 조장할뿐 소비자나 빈민층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내년 대선과 상하양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이들의 목소리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 통과에 다소의 진통이 예상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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