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실현을 위해 한반도 종단열차 시범운행을 제안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평북 신의주와 함북 나진으로 가는 두 노선을 시범운행하고 나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등 대륙철도 연결도 추진된다. 또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발전시키는 등 남북 경제공동체 인프라 구축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도 관계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분단 장벽에 가로막혀 섬 아닌 섬에 갇혀 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대륙철도를 머나먼 꿈으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대륙철도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 순간에도 유럽 주요 도시와 중국의 베이징,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운행하는 국제열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고 있으며 기업인과 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유라시아 대륙 방방곡곡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
우리 철길은 이미 연결돼 있는 상태로 남북한 합의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륙철도에 편입될 수 있다. 분단 전만 해도 우리에게 대륙철도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지난 1911년 압록강 철교가 완성되면서 국제철도시대가 막을 올렸으며 1930년대에는 서울~베이징 직통열차와 영국 런던까지 가는 티켓도 등장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영웅 손기정도 일본 도쿄를 출발해 경부선·경의선·만주열차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차례로 갈아타며 2주일 만에 베를린에 도착해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한반도 종단열차 화해·협력 시발점
남북 철도 연결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 막혔던 길이 뚫리면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이고 도로는 보완 역할을 하는 '주철종도(主鐵縱道)' 구조이기 때문에 남북한 경제협력에서 철도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은 자명하다. 독일의 경우 분단의 극한 상황에서도 철도가 단 한시도 단절 없이 운행됐고 이러한 노력이 통일의 결실로 이어졌다. 독일 철도가 통일의 매개체 역할을 했듯이 우리 철도도 북한을 개방 체제로 인도하는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이다. 또 철도 연결은 활력을 잃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대륙철도 편입은 남북러 삼각협력의 시발점으로 막대한 국익을 실현할 수 있다. 천연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합쳐진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또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교역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고 몽골·카자흐스탄 등 철도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류 수송 패러다임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철도는 물류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경쟁력과 대량수송 능력을 갖췄으며 물류비용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이는 곧 국내 제품의 해외 경쟁력 제고로 연결된다. 특히 지난해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단순히 경제적 영역을 넘어 문화·관광 등 전방위적 교류 확대를 가져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물동량과 인적 교류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FTA는 물류 FT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중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도 연결이 필수적이다.
대륙철도 편입해 통일 기반 닦아야
코레일은 지난해 유라시아 국가의 철도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제휴회원으로 가입해 대륙철도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지난해 4월 평양에서 개최된 OSJD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으며 올해 5월에는 사장단 회의와 물류분과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들의 협의체로 철도운송협정·국제규약·선로배분권 등을 결정하며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정회원 가입이 필수적이다. 코레일은 OSJD 서울 회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정회원 가입 당위성을 알리고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동시에 맞는 해다. 올해 통일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통일과정을 착실히 준비해나갔으면 한다. 코레일도 통일시대 첨병이 될 남북 철도 연결과 대륙철도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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