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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길 뒹굴다보면 하얀 추억이 새록새록…

남원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br>얼음썰매·눈썰매 타며 아이들과 동심 만끽…<br>정상까지 트레킹 겨울 지리산 매혹에 푹~<br>달고나·허브피자 만들기… 자생식물관·춘향테마파크 등 체험행사·볼거리도 풍성

지리산 서쪽 끝에 봉긋 솟은 바래봉 9부 능선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산을 온통 뒤덮은 눈으로 세상은 온통 흰색이다.

허브밸리단지 공원.

광한루원의 오작교.

바래봉 눈꽃축제기간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눈썰매장.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서쪽 끄트머리에 봉긋하게 솟은 바래봉은 4월 중순부터 한 달간 인파가 북적대는 국내 최대의 철쭉 군락지다.

그런 바래봉 일대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때아닌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오는 2월25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에서 겨울축제가 열린다는 것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운봉읍은 해발 500m 높이에 위치한 고원분지다. 1월 평균 적설량이 50~100㎝에 이르는데다 한번 내린 눈은 여간해서는 잘 녹지 않는다. 여기에 한겨울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더해지면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고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 조성된다.

축제의 주무대는 바래봉 아랫동네인 운봉읍 용산리의 허브밸리 주변이다.

평소 7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하던 넓은 주차장 전체가 축제를 위해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눈싸움장∙빙벽체험장∙식당 등으로 완벽히 변신을 마쳤다.

축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은 역시 눈썰매장.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썰매들이 활주를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굴러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타고 또 타게 만드는 중독성이 눈썰매의 매력이다.

눈썰매장이 초∙중∙고생과 어른들 차지라면 얼음썰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놀이터다. 엄마 아빠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에게 썰매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느라 정신이 없다.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무로 만든 전통 팽이를 처음 본 아이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젊은 아빠는 아이 앞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바람이 강한 겨울에는 연날리기도 제격이다. 얼레에 감긴 실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동안 점점 높이, 점점 멀리 올라가는 연을 바라보는 아이들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으로 만든 조형물들 중에서는 이글루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둥근 지붕 위로 올라가 비료포대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은 눈썰매의 스릴을 능가한다.



겨울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본격적으로 만끽하려면 눈꽃이 곱게 피어난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트레킹에 나서는 것도 좋다.

좀 더 다이내믹한 겨울 레포츠를 체험하고 싶다면 빙벽등반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얼음을 찍으며 올라갈 수 있도록 빙벽화에 아이젠을 부착하고 안전벨트 역할을 하는 하네스를 허리에 찬 후 안전모까지 쓰고 나면 준비 끝. 피켈로 빙벽을 찍으면서 두 팔을 당기고 아이젠으로 얼음을 찍으며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 높이는 4m에 불과하지만 단단하게 얼려 놓은 새하얀 빙벽에 매달려 한 발 한 발 오르노라면 '이 맛에 빙벽등반을 하는구나' 싶은 짜릿한 쾌감이 전해진다. 빙벽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전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지리산 북부 산악구조대가 운영한다.

축제장에는 또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와 허브피자 만들기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마커 펜으로 예쁘게 색칠하는 팬시우드 공예도 쉽고 재미있어 인기다. 색칠이 끝나면 줄을 끼워 휴대폰 고리로 만들어준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눈밭을 뒹구느라 허기진 속을 채우는 데는 닭 육수로 맛을 낸 뜨끈한 떡국이 최고다. 떡볶이∙오뎅∙김밥은 5,000만의 영원한 대표 간식.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군고구마는 겨울의 낭만을 한껏 살려준다.

축제장으로 탈바꿈한 주차장을 포함해 운봉읍 용산리 일대는 원래 대규모 허브농장이 들어서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 단지'다. '춘향허브마을'로도 잘 알려진 용산리에는 허브식물원과 가공단지, 공원이 갖춰져 있고 민박과 체험장도 이용할 수 있다. 지리산에 자생하는 1,450여종의 식물 중 400여점을 압화로 제작, 전시 중인 지리산 자생식물전시실은 생동감 넘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만하다.

인근의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도 남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다. 광한루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누원. 광한루를 중심으로 영주(한라산)∙봉래(금강산)∙방장(지리산) 등 세 개의 삼신산이 있는 이곳은 호수∙오작교∙춘향사당∙월매집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천히 산책을 즐긴 후 그네타기와 투호놀이도 할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춘향제도 열린다.

광한루원에서 다리를 건너 맞은편에 위치한 남원관광단지에는 춘향테마파크∙춘향문화예술회관∙국립민속국악원 등의 문화시설을 비롯해 놀이공원인 남원랜드와 한옥호텔∙음식점∙전망대 등이 고루 갖춰져 있다. 특히 춘향전 스토리를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축제 등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조성한 춘향테마파크는 가족여행객과 연인들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다. '사랑과 이별의 장'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을 촬영한 세트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단심정에 오르면 남원관광단지 내 시설들과 남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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