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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복 뭇매에 멍드는 한국기업] 신흥국까지 한국산 견제 확산…세계 시장서 샌드위치 신세

■ 거세지는 외국의 공세 실태<br>글로벌 경기 침체 악화로 선진국과 함께 동시 협공… 12개국서 26건 조사중<br>자국물품 우선구매도 늘어 무역전쟁 더욱 심화될 듯



브라질 정부는 지난 7월 초 한국산 제품에 대해 무더기 반덤핑 조사 개시를 예고했다. 자국 기업이 한국산 강판과 나일론, 타이어 등 3개 품목이 반덤핑 소지가 있다고 제소함에 따라 이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다. 한 번에 여러 제품에 대해 한꺼번에 조사 개시를 예고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ㆍLG전자ㆍ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세탁기에 대해 최고 82%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처럼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무역보복을 위한 해외기업과 정부의 협공은 선진국과 신흥국이 따로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규제하자=과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는 선진국에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거의 전세계가 메이드 바이 코리아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건수는 26건에 이른다. 이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ㆍ캐나다 등은 물론 아르헨티나ㆍ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대만ㆍ태국ㆍ러시아 등 12개 국가에 이른다. 현재 조사 중인 현황만 놓고 보더라도 12개국에서 26건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공격은 주로 철강ㆍ화학 등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폴리실리콘 등 소재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흥국도 경기침체로 고전하면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견제하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이 넛크래커에 끼여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개선 어렵다'=문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보호무역주의가 개선되려면 전세계 각국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자기 코가 석자이다 보니 장기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산 제품의 주력 수출무대로 부상하는 신흥국에서 잇따라 '바이 내셔널(Buy Nationalㆍ자국물품 우선구매)'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등이 대표적인 국가다.



이들 국가는 '바이 내셔널' 범위를 섬유ㆍ제약 등에서 통신업, 중공업, 최첨단 장비로 확대하고 있다.

한 예로 브라질 정부가 7월 초 우리 제품에 대해 무더기 무역구제 조사 계획을 발표했는 데 이 이면에는 '바이 내셔널' 정책에 의거, 자국의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자국 물품 우선 구매 정책을 표방한 국가들은 미국ㆍ중국 등인데 앞으로는 여러 신흥국가들로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확산되면 됐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중국 다음으로 우리 제품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보복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의 경기약세로 보호주의 성향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환율전쟁보다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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