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천의 금강호에서 폐사한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남 당진 삽교호 가창오리와 부산 을숙도 갈매기의 폐사체가 발견돼 방역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AI 진원지인 전라북도(동림저수지)에 이어 충남에서도 AI가 발견되면서 야생철새에 의한 AI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전국 철새도래지와 저수지를 방역대로 설정해 특별관리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금강하구에서 폐사된 채 발견된 가창오리 3마리를 부검한 결과 AI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북 이외의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야생철새가 AI에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용호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부검 결과 전형적인 고병원성 AI 증상이 발견됐다"며 "유전자 검사가 남았지만 감염 가능성은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또 이날 충남 당진 삽교호에서 가창오리 19마리와 청둥오리 1마리의 폐사체를 발견하고 수거했다. 지금까지 폐사된 가창오리가 예외 없이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삽교호 가창오리도 감염 가능성이 높다. 삽교호 가창오리가 AI일 경우 충남 남부(서천)에서 북부(삽교)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방역당국은 전날 기준으로 금강호와 삽교호를 비롯해 영암호(전남), 동림저수지(전북) 등에 AI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가 36만4,000마리가량 서식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에는 전국각지에서 폐사된 철새 감식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전날까지 5개 시도 16개 시군에서 감식의뢰가 접수됐으며 이날에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서도 물닭 1마리와 붉은 부리갈매기 1마리가 죽어 있는 것이 발견돼 방역당국에 신고됐다.
방역당국은 AI 감염 가창오리가 충남까지 확산되고 전국에 서식하고 있는 큰 기러기도 AI로 확진된 만큼 AI 바이러스가 사실상 전국에 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 국내에 약 5만7,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큰 기러기는 올해 천수만(충남 서천), 미호천(충북 청주·청원), 만경강(익산·김제), 영산강(전남 나주), 영암호(전남 영암), 우포늪(경남 창녕) 등에서 관찰됐다. 방역당국은 금강호에서 반경 10㎞ 주변을 추가 방역대로 설정하고 이 지역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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