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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M&A시장 중국·일본 뛰고 한국 기고

국내기업 거래건수·금액<br>중·일 17% 수준에 그쳐<br>기술 경쟁서 뒤쳐질수도


중국과 일본이 침체에 빠져 매물이 쏟아지는 유럽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포식하고 있는 동안 정작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4일 내놓은 '확대되는 유럽 M&A 기회와 기업 활용 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의 유럽 기업 M&A 거래액수는 98억달러로 중국(582억달러)과 일본(559억달러)의 17%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도 78건으로 일본(342건)의 5분의1, 중국(155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유럽 M&A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자체 성장전략과 아시아 중시전략을 추진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자체 역량에 의한 기술개발과 제품 수출을 통한 내부성장전략에 의존하기 때문에 M&A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또 2000~2011년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에서 아시아 비중이 68%에 이를 정도로 기업의 글로벌화가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는 사이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유럽 M&A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럽 기업 인수와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다. 2008~2011년 중국 기업은 155개 유럽 기업의 인수 혹은 지분 획득을 위해 58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중국의 해외 M&A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0%에서 지난해 34%로 크게 늘었다. 중국 기업은 유럽 기업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 ▦연구개발 역량 ▦브랜드 및 유통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기업도 엔화 강세를 활용해 매물로 나온 유럽 기업들을 쓸어담고 있다.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유럽 기업 M&A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항공기 임대사업자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은 2010년 영국의 RBS항공캐피털을 72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15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의료기기업체인 테루모는 지난해 스웨덴의 캐리디안BCT를 26억3,000만달러에 사들여 세계 최대 수혈장비업체 자리에 올랐다. 앞으로 일본 기업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과잉부채로 고전하는 유럽 기업들, 특히 헬스케어ㆍ에너지ㆍ환경 등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이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일본은 물론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유럽 M&A 시장이 제공하는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M&A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수립해 유럽 M&A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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