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길디 ITC 행정판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금지 제소건에 대한 발표문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권 사용과 관련해 관세법 337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이 특허권ㆍ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해 ITC가 수입금지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길디 판사는 이어 "애플은 삼성전자가 제소한 네 가지 특허에 대해 어떤 위반도 하지 않았다"며 "(해당) 특허를 사용하는 국내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삼성전자가 주장한 4건의 특허 중 2건은 3세대(3G) 무선통신 관련 표준 특허이고 나머지 2건은 스마트폰에서 자판을 누르는 방법과 디지털 문서를 열람하고 수정하는 방법이다.
이번 결정은 예비 판정으로 최종 판정은 6명의 판사가 참여한 전체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ITC는 예비 판정을 근거로 전체 위원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도 예비 판정 결과가 뒤집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최종 판정에서 이기려면 애플의 특허 침해로 인해 미국에서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ITC가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 관련 산업이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주장 자체가 유지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달 24일 미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법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데 이어 정부기관인 ITC까지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핵심 무기인 통신 특허가 잇따라 기각됨에 따라 진행 중인 미국 소송에서 힘든 행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성명서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기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최종 판결에서 ITC가 우리의 주장을 확인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예비 판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심청구 결과는 11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무선통신 등 4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를 ITC에 요청했다. 애플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만큼 수입 금지는 판매 금지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애플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7월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ITC에 맞제소했다. 애플이 제소한 건은 다음달 예비 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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