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보다 강력한 3차 양적완화(QE3) 계획을 발표하자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QE3를 계기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당분간 업종 대표주나 낙폭이 컸던 대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지수는 전날보다 3.12%(60.46포인트) 상승한 1,997.98에 장을 마쳤다.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가 각각 2.14%와 0.51% 오르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이날의 강세는 대형주가 주도한 셈이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지난 1월20일(1조4,418억원) 이후 가장 많은 1조2,81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기관도 2,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뒤를 받쳤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부분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2.69%(3만5,000원)오른 133만6,000원을 기록해 지난달 16일(134만5,000원)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대차(4.90%), 현대모비스(4.07%), 기아차(3.68%) 등 현대차 3인방도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또 현대중공업(6.34%), SK하이닉스(5.03%), LG화학(3.99%) 등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주들도 큰 폭으로 급등했다.
반면 그동안 박스권 장세 속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중ㆍ소형주들이 대형주의 기세에 밀려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며 코스닥지수는 0.26%(1.34포인트) 하락한 519.14에 마감했다.
이처럼 대형주들이 기지개를 켠 것은 QE3가 국내 증시의 유동성 확대 기대감으로 해석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의 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ㆍ현대차ㆍ포스코 등 모두 대형주가 휩쓸었다. 2,000억원 넘게 사들인 기관들도 현대중공업ㆍLG화학ㆍ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로 쇼핑에 나섰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정책 이벤트가 발표되면 한국증시의 경우 대형주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특히 장기 투자성향이 강한 미국계 자금이 실적개선이 전망되는 대형주와 업종대표주를 주목하고 대거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도 "증시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거나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때는 보통 경기방어주와 중소형주가 환영을 받는다"며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로 이제는 각 업종 대표주가 다시 수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이 대형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대형주 위주의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다가 FRB까지 양적완화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풍부해졌다"며 "그동안 양적완화가 발표되면 외국인의 대형주 순매수 패턴이 반복돼왔던 만큼 대형주 위주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의미 있는 포지션 변화가 있기 전까지 낙폭이 컸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실적 하향 조정을 고려할 때는 벨류에이션 부담은 존재하지만 유동성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형주나 경기민감주 위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 중소형주나 코스닥은 대형주들의 상승탄력이 둔화될 때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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