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11월 9일] 정몽준, 선친 가르침 배워라

"세상일에 공짜로 얻어지는 성과란 절대 없다. 보다 큰 발전을 희망한 모험에는 또 그만큼의 대가도 치러야 한다." 생전 현대를 창업, 숱한 신화를 만들어내며 한국산업ㆍ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어록 중 한 대목이다.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을 물려받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8일로 취임 두달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두달 동안 원내의석 169석을 가진 집권당 대표로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그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득표를 해 당 최고위원에 당선, 당 서열 2위 자리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고 뚜렷한 메시지도 없다. 6선 의원의 관록이 묻어나지 않는다. 종종 계파정치ㆍ보스정치를 비판하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의 한계만 드러낼 뿐이었다. 원외였던 박희태 전 대표와 달리 현직 의원직을 가진 당 최고 권력자 위치에 있지만 그만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목소리가 작고 또렷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다소 수줍어하는 듯한 정 대표의 천성 탓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 대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게 더 큰 원인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거대여당의 대표로서, 대권 꿈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때로는 모험도 필요하다. 주류에 코드 맞추고 비주류 눈치만 봐서는 결코 국민과 당, 나아가서 개인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당의 의견을 관철, 강한 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당의 화합을 위해 필요하면 얼굴을 붉히는 단호한 자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최대 현안이자 당내 분란의 원인인 세종시 문제와 관련,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달라"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만 고집 말라"고 직설화합을 써야 한다. 이 대통령과는 현대그룹에서 같이 일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는 초등학교 동기동창 사이로 두 사람 모두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볼 수 있는 당 대선후보 경선 때 적어도 겉으로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는데 뭘 그리 두려워하는가. 정 대표는 평평하고 안전한 길만 가는 수성정신보다는 울퉁불퉁하고 모험이 따르는 창업정신을 선친으로부터 배웠으면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