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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고통받는 가계부'

월급봉투는 얇아졌는데 세금 물가는 오르고. 가계를 꾸려가는 주부들은 고통스럽다. 가계부는 붉은 색, 살림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다.자린고비로 소문난 알뜰주부 김영숙(36·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올들어 500만원의 빚을 졌다. 결혼 직후 13년동안 가계부를 써오며 돈을 아껴왔지만IMF상황만은 어쩔 수 없었다. 교직경력 15년인 남편이 지난 연말까지 가져오던 월평균수입은 대략 190만원(보너스 수당포함). 비과세저축 40만원과 적금 7만원, 암보험료 1만8,000원에 현재 살고 있는 20평아파트를 장만할 때 은행에서 빌린 대출상환금 25만7,000원을 공제한 115만5,000원이 의식주에 쓸 수 있는 실질금액이었다. 올해 초 남편의 보너스가 40% 삭감되면서 월평균 수입이 10만원 정도 더 줄어들었다. 반면 은행이자가 올라 매달 25만7,000원씩 내던 대출상환금이 30만6,200원으로 늘어났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지만 IMF 이전에도 낭비가 없는 살림이라 『더 이상 줄일 게 없다』는 게 김씨의 솔직한 심정. 초등 4년인 딸과 초등 1년인 아들의 학습지와 정기구독하던 어린이잡지를 끊고 한 달에 한 번씩 가던 인형극관람도 중단했다. 외식비, 의류구입비 항목은 아예 없앴다. 이 달에 지출한 의복비는 구두수선비 5,000원, 교회바자에서 큰 아이 T셔츠를 5,000원 주고 사 준 정도이다. 아이들 공부방만 빼고 집안의 조도를 낮추고 전화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데도 각종 공과금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해 11월 수도료는 30ℓ사용에 7,030원이 나왔는데 지난 달에는 26ℓ를 쓰고도 7,740원이 나왔다. 연초에 6.5% 인상된 전기요금도 9,670원에서 11,440원으로 늘어났다. 전화요금은 오르지 않았지만 인터넷사용이 많아져 2만1,000원에서 3만원으로 늘었다. 아무리 해도 손댈 수 없는 것은 주·부식비. 성장기자녀의 영양공급이 중요해 오히려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해 주식비로 나가던 20만원이 25만원 정도로 늘었고 부식비는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늘어났다. 김씨가족이 먹는 하급품 일반미가 20㎏들이 3만8,000원 하던 것이 올들어 4만2,000원으로 오르고 할인점에서 파는 우유 1ℓ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르는등 각종 식료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과일 야채등 신선식품은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버스로 한 정거장 떨어진 할인점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식료품을 구입하는 김씨는 예쁘고 번듯한 과일을 사본 적이 없다. 생채기가 난 떨이과일을 싼 값에 사는 식이다. 남편의 점심식사비 책구입비등으로 나가는 용돈도 지난 해 20만원에서 올해 25만원으로 올렸다. 김씨의 가계부는 올들어 계속 적자다. 지난 해 월평균지출이 103만8,100원으로 어렵사리 예산을 맞췄는데 올해는 123만8,610원이 지출됐다. 적금이나 저축을 깨지 않고 이웃이나 친정에서 임시로 빌려 쓰다보니 적은 빚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세탁기가 고장나 새로 사야 했고 김씨가 허리가 아파 한약방에서 약을 지어 먹는등 예상치 않던 지출도 생겼다. 김씨는 『아무래도 적금을 깨야 할 것같다』며 『미래가 점점 불안하게 여겨진다』고 말하고 있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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