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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오너 경영인, 메디치 가문 배워야

김상근 플라톤아카데미 본부장<br>기업·인문학 본질은 인간에 귀결<br>선대 업적 넘으려면 사람에 투자를


"2세 오너 경영인들이 선대 회장의 업적을 뛰어넘으려면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꽃핀 르네상스(문예부흥)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을 배워야 합니다."

김상근(48ㆍ사진) 플라톤아카데미 본부장 겸 책임연구교수(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100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3~4년에 한 명꼴로 나왔는데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그들의 천재성이 꽃피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와 후원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그룹의 오너 경영인들과 피렌체를 오가면서 르네상스와 인문학의 핵심을 전수해온 그는 "대기업의 경영권이 후대로 넘어가면서 젊은 오너 경영인들은 선대 회장의 과업을 넘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모를 잘 만나서…' 식의 조직 내 질시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과 인문학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귀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간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압박감ㆍ두려움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그룹 오너 경영자들과 친분을 맺게 된 것은 그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강의한 '르네상스 창조경영'이 경영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 개인교습 요청이 잇따른데다 지난 2007년 SK케미칼ㆍ애경ㆍ두산산업차랑 등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플라톤아카데미(이사장 최창원)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 김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 다니던 1990년 말 16세기 이탈리아 선교사인 마테오리치를 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정하면서 르네상스 철학ㆍ문학ㆍ예술과 이탈리아 연구에 몰두해 '르네상스 창조경영' '카라바조:이중성의 살인미학'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등의 단행본을 냈다. 플라톤아카데미는 '르네상스 정신을 사회에 널리 퍼뜨려 경영자들이 천재를 발굴하고 천재성을 이 땅에 실현시키는 버팀목이 되게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는데 코시모 데메디치가 4세기 그리스 최초의 학교 '아카데메이아'를 벤치마킹해 1462년 피렌체에 부활시킨 '아카데메이아 플라토니카'를 모델로 삼고 있다.



플라톤아카데미는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ㆍKAIST 등의 인문학 학술동아리 '판플러스(PAN+)'를 대상으로 했던 인문학 강좌를 올 3월부터 일반에 무료로 공개하고 고등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 100명을 대상으로 독서클럽 '책 읽는 토요일'을 운영하는 등 천재 발굴ㆍ후원활동을 하고 있다. 상위 1%를 위한 후원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소수의 천재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신 천재 발굴이 서울에 국한되지 않도록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400여년 전 르네상스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중세시대 종교의 대상에 불과했던 인간의 본질을 깨닫는 게 르네상스의 출발이다. 인간이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한 산업화 시대에서 벗어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인간을 연구해야 할 때"라며 "특히 벤치마킹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기업이 성장의 돌파구를 인문학에서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보기술(IT)에 인문학을 접목해 새로운 시대적 가치와 성장동력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답했다.

아직도 획일주의와 상명하달식 문화가 대세인 우리 기업에서 창의력을 근간으로 한 미(美)의 실현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묻자 그는 "기업의 오너가 인문학적 통찰력을 갖는다면 기업 가치는 돈에서 인간으로 바뀐다"며 "대표적 사례가 SK케미칼인데 매주 인문학 강의를 하고 음악회를 통해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까지 왔다. 직원 스스로 변하는 과정을 넘어선다면 약육강식이라는 과거 패러다임이 아닌, 더불어 함께 잘살면서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인간 중심의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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