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파원 칼럼] 보잉사가 본사를 옮긴 이유

태평양에 접해 있는 워싱턴주의 시애틀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휴양지가 많아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하나다. ‘에메랄드 시티’로 불릴 정도로 항구도시의 낭만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며 캐나다와 알래스카 등으로 여행하기 쉬워 관광산업이 특히 발달했다. 시애틀 사람들의 일과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낮에 비행기를 만들고 밤에는 인터넷을 한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스타벅스와 보잉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닷컴 등 이른바 ‘시애틀 4인방’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나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크플레이스마켓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은 관광객들이 꼭 둘러보아야 할 명소가 됐고 병원을 개조해 본사로 쓰고 있는 아마존닷컴 빌딩, 대학 연구센터를 연상할 정도로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MS 본사도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시애틀은 관광산업과 함께 정보기술(IT) 산업의 후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애틀이 기업 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강경한 노조와 경직된 노사문화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빼앗아가고 있다. 세계 굴지의 항공사인 보잉이 노조와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여객기 공장만 남겨둔 채 본사를 다른 도시로 옮겨버린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보잉은 유럽 항공회사인 에어버스에 선두 자리를 내주었으며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시애틀 경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보잉이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겪을 때마다 시애틀 경제 전체가 들썩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애틀을 포함해 워싱턴주에 속하는 많은 도시들이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장건설과 자본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직된 노사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월가(街) 투자자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신축성과 노사문화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시장 투자에 노사갈등을 그리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 덤프연대ㆍ레미콘연대ㆍ화물연대 등이 파업에 돌입했거나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한미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사분규가 이제 춘투뿐만 아니라 하투ㆍ추투ㆍ동투 등으로 일년 내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문화가 다시 갈등과 마찰의 기미를 보일 때 해외 투자자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등을 돌린다. 시애틀의 보잉사가 본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